8시간 걸리던 계좌분석 9분 만에 끝… 수사현장 들어온 AI
경찰청, AI·첨단장비 관련 예산
올해 452억 '4년 새 15배' 급증
수사지원 AI 통해 업무 효율화
전문가, 무차별 활용 경계 조언
"허용범위 명확한 기준 만들어야"
경찰이 인공지능(AI)을 일선 치안 업무에 접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AI·첨단장비 관련 치안사업 예산은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최근 4년 새 약 15배로 늘었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수사 책임이 커지는 가운데 일선에서는 수사관들이 직접 개발한 AI가 금융범죄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활용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일 파이낸셜뉴스가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AI·첨단장비 치안 사업 현황'에 따르면 관련 사업 예산은 2022년 30억7100만원에서 올해 451억7900만원으로 4년 만에 14.7배 증가했다. 전체 사업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1%에서 1.7%로 확대됐다.
사업 영역도 넓어졌다. 올해 수사지원 AI에는 지난해(26억77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55억원이 편성됐다.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치안 현장 AI 어시스턴트 18억원 △AI 기반 종합 장애대응시스템 23억3800만원 △AI 기반 불법게시물 탐지·차단시스템 17억1100만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약채널 첩보시스템 7억2000만원 등은 올해 예산 현황에 새롭게 포함됐다. AI 기반 민원·경찰관 업무지원 서비스인 '모두의 경찰관'에는 53억원이 새로 배정됐다.
경찰은 특히 수사지원 AI의 활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유사사건 추천과 수사서류 작성 지원 등에 이어 결정서 작성과 조서 질문 추천 등으로 기능을 확대하고 향후 수사결과 분석까지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력 확충과 수사 관리자 지휘역량 강화, 전문인력 채용 확대와 함께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8시간 걸리던 계좌분석 9분으로
AI가 실제 수사현장에 들어온 사례도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은 6명의 현장 수사관들이 직접 개발한 금융계좌 분석 AI 프로그램 '체이드(CHAID)'를 지난 2일부터 수사부서에 배포해 활용하고 있다.
CHAID는 수사관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거래내역을 입력하면 자금 흐름을 네트워크로 시각화하고 계좌별 위험도와 다단계 자금이동 경로를 분석한다. 수많은 계좌 가운데 우선 확인할 계좌를 제시하고 대포통장과 공범, 자금 허브, 유사수신 의심 구조 등도 규칙에 기반해 진단한다. AI가 결론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다고 판단한 근거도 함께 제시한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수사관에게 있다.
CHAID 개발에 참여한 임종호 경기남부청 수사관은 "기존에는 은행에서 엑셀 자료를 받아 하나하나 수기로 자금이 어디로 나갔는지 대조해 나가는 식이었다"며 "CHAID는 필요한 거래내역을 추출해 보고서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좌 분석 경험이 많지 않은 수사관도 일정한 수준의 분석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 수사관별 업무 편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기남부청에 따르면 신임 수사관이 계좌 1건을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약 8시간에서 CHAID 활용 시 약 9분으로 단축됐다.
민감한 금융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도 고려했다. CHAID는 외부와 통신하지 않고 경찰 내부 폐쇄망에서 단독 실행되도록 설계돼 분석 대상 자료가 기관 밖으로 전송되지 않는다.
경찰은 수사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AI 시스템을 활용해 반복적인 자료 분석과 정리에 드는 시간을 줄여 수사관이 사건 판단과 피해 회복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효율적 수단…가이드라인 필요"
전문가들은 AI가 수사자료를 분석하고 수사관의 업무를 보완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AI가 방대한 수사자료를 정리하거나 수사의 방향성을 정해주는 데 큰 이득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사기·피싱 범죄처럼 다양한 분석과 정보 수집이 필요한 범죄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 활용 확대에 맞춰 정확도를 높이고 활용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 교수는 "AI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개인정보 보호나 수사의 범위, AI를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