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트럼프, 젤렌스키에 "디젤, 디젤, 디젤!" 연발…'물가 폭등'에 러 공습 중단 압박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젤렌스키와 통화서 "러 정유시설 공습 멈춰라"…글로벌 디젤 공급난 완화 요구
美 경윳값 갤런당 6.5달러 '사상 최고치' 돌파…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발등의 불'
트럼프 "러 디젤 통제 상실…우크라전 끝나야" SNS로 연일 종전 압박
22일 뉴욕 유엔총회 대면 담판 예정…우크라 "디젤난 주원인은 美·이란 전쟁"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내 경유(디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폭등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전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국내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자 러시아 본토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며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의 발을 묶어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다급한 포석이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글로벌 디젤 부족 사태와 가격 폭등 문제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멈출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당시 통화 상황을 잘 아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는 '디젤, 디젤, 디젤'이었다"며 "그는 러시아산 디젤이 세계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어 가격 부담이 완화되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이튿날인 2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공개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러시아는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디젤 산업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며 "다수의 정유시설이 폭파돼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적었다. 이어 "이 터무니없고 끝없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면서 "매달 2만5000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고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내 급격한 물가 상승과 직결돼 있다. 지난 19일 기준 미국의 경유 소비자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약 3.8L)당 6.5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중동 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대비 70% 이상 폭등한 수준으로, 화물 트럭 운전자뿐 아니라 가을 수확기를 맞은 농가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공화당 텃밭인 농업 지대에서조차 "치솟는 경윳값이 농가 소득을 죽이고 있다"며 '경유 수출 금지' 요구가 터져 나오는 등 민심이 들끓자, 중간선거를 40여 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미국의 태도에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KSE) 연구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디젤 및 석유 공급난을 초래한 결정적 요인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아니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길들이기 위해 지난주 서명한 대(對)러시아 제재법의 시행을 의도적으로 미루며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올겨울 우크라이나 인프라를 무력화할 대규모 보복 공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직접 만나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교적 모멘텀이 있다"면서도 "우리의 드론 공격은 침략국 러시아를 압박하는 실질적인 힘"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 양국 정상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디젤 #러시아 정유시설 #경유 가격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