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중·대형 로펌들..."시너지 없는 합병은 실패"
대륙아주·린, 양측 파트너총회 승인 완료
원·민후 내달 통합…바른·동인도 합병 추진
LKB평산·정세, 연내 마무리 목표로 절차 진행
[파이낸셜뉴스] 국내 중·대형 법무법인들이 잇달아 합병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대륙아주와 린, 원과 민후가 각각 오는 10월 통합을 앞둔 가운데 바른과 동인, LKB평산과 정세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로펌 중심으로 법률시장이 재편되고 기업이 요구하는 법률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규모와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2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린은 양측 파트너총회에서 합병계약 승인을 마치고 채권자 이의제출 절차에 들어갔다. 추석 이후 공식 조인식을 열고 내달 말 합병등기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측 에쿼티파트너와 파트너총회에서 합병계약에 대한 승인을 모두 받았다"며 "채권자 신고 공고 기간을 거쳐 10월 말 합병등기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륙아주와 린은 지난 4월 합병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합병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두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대륙아주 1027억원, 린 410억원으로 단순 합산하면 1437억원이다. 국내 변호사는 대륙아주 247명, 린 137명으로 총 384명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변호사 수 기준 국내 6위권 규모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통합법인의 향후 매출 목표로 2000억원을 제시했다.
이 대표변호사는 최근 로펌업계의 합병 움직임과 관련해 외형 확대보다 실질적인 시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몸집만 불리는 합병은 잘못하면 실패할 수 있다"며 "양쪽의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시너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덩치가 커지면 사건을 수임할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시장은 형식적인 결합인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합인지 알고 있다"며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빨리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원과 민후도 내달 1일 '법무법인 원'으로 통합 출범할 예정이다. 원은 송무와 기업·정부 자문 등 종합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왔고, 민후는 정보기술(IT)과 지식재산권(IP), 데이터, 개인정보 및 기술규제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 통합법인은 출범에 맞춰 'AI정보보안센터'를 신설해 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증가하는 정보보호와 기술법무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법무법인 바른과 동인도 합병 추진 MOU를 체결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측은 MOU 효력 발생일부터 12개월 안에 합병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통합법인의 명칭과 출범 시기, 운영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측 발표 기준 2025년 매출은 바른 1076억원, 동인 801억원으로 합산 1877억원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변호사 532명과 해외변호사 21명 등 총 553명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탄생한다. 다만, 아직 본계약이 체결된 단계는 아니다.
LKB평산과 정세도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LKB평산은 지난해 7월 법무법인 LKB와 평산이 합병해 출범했다. 정세와의 합병까지 마무리될 경우, 약 1년 반 사이 두 차례 합병을 통해 조직 규모를 확대하게 된다.
중대형 로펌들이 합병에 나서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기업 법률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 사건은 기업자문과 금융, 공정거래, 조세, 노동, 형사, 개인정보 문제 등이 동시에 얽히는 경우가 많다. 대형 사건을 수임하려면 여러 분야의 변호사를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개별 파트너 영입이나 전문팀 신설로 부족한 분야를 보완할 수도 있지만, 로펌 전체의 규모와 고객 기반을 단기간에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합병하면 상대 법인의 전문 인력과 기업 고객, 수임 경로를 함께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합병 전 양측의 인력과 매출을 단순 합산한 수치가 통합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법조계 의견이 지배적이다. 핵심 파트너가 이탈하면 해당 파트너가 담당하던 사건과 고객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양측이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을 각각 대리했다면 이해충돌로 일부 사건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파트너 보상체계와 수익 배분 기준, 대표 선임과 의사결정 구조를 통합하는 것도 과제"라며 "결국 확대된 외형을 공동 수임과 신규 고객 확보로 연결하고 서로 다른 조직을 실질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 지가 요즘 '합병 바람'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