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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성과', 시진핑은 '시간'…1년 만에 달라진 미중 힘의 균형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24일 워싱턴서 미중 정상회담…관세·희토류·AI·이란 총망라
관세 버틴 中, 희토류로 맞불…중간선거 앞둔 트럼프는 中 협조 필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함께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함께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무엇을 협상하느냐'보다 '지금 누가 상대방을 더 필요로 하느냐'다.

오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마주 앉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관세와 희토류, 인공지능(AI), 이란, 대만까지 핵심 현안이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만 이번에는 두 정상의 손에 쥔 카드와 처지가 1년 전과 달라졌다.

1년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100%가 넘는 관세를 앞세워 중국을 몰아붙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수출은 미국의 관세장벽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중국은 희토류와 핵심광물이라는 강력한 반격 카드를 꺼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 중간선거를 동시에 안고 있다.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현안이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트럼프의 관세 vs 시진핑의 희토류

지난해 한때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가 145%, 중국의 대미 관세가 125%까지 치솟았던 '관세전쟁'은 부산 정상회담을 거치며 일단 휴전에 들어갔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10%의 상호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최대 25%의 무역법 301조 관세와 기존 관세 등이 더해져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전체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부산 합의 직후 기준 약 47%에 달했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상당 부분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이 휴전은 오는 11월 10일 끝난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카드는 여전히 관세와 첨단기술 통제다.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에서 가까스로 봉합한 미중 무역휴전은 오는 11월 10일 끝난다. 미국은 무역휴전 연장과 함께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를 원하고 있다.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산 농산물도 연간 최소 170억달러어치 구매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당시 약속의 이행과 추가 구매 확대 여부가 관심사다. 중국은 반대로 미국의 관세 인하와 첨단 반도체·기술 수출통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의 대미 희토류 자석 수출은 512t으로 전월보다 20%, 전년 동월보다 13% 감소했다. 지난해 안정적인 공급에 합의했지만 정상회담 직전 오히려 공급이 줄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무역휴전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희토류는 자동차와 항공우주부터 첨단무기까지 미국 제조업의 급소다. 미국이 관세로 중국의 미국 시장 접근을 통제한다면 중국은 미국이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공급망의 병목을 쥐고 맞서는 셈이다.

관세에도 중국의 수출 엔진은 버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도 연간 1조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미국이 대규모 일방적 압박으로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성과', 시진핑은 '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국과의 또 다른 전면전보다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란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경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보잉 항공기 구매와 펜타닐 원료 단속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에게 내놓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다.

이란 문제에서도 중국이 필요하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테헤란에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이란 압박을 요구하는 이유다.

반대로 시 주석이 원하는 것은 '시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역시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고 미국 시장과 첨단기술 접근도 필요하다. 존 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시 주석의 목표가 당장의 대규모 양보를 얻어내기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휴전을 연장해 중국이 스스로를 강화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0일 뉴욕에서 만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대규모 무역합의보다 제한적인 접점을 찾았다. AI 관련 국가안보 사고 발생시 상대국에 알리는 통보체계 등이 논의됐지만 농산물 구매나 첨단 AI 반도체 통제 같은 핵심 현안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최대 변수는 대만

가장 민감한 문제는 대만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역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 여기서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 구매를 늘리고 희토류 공급을 정상화하거나 이란 문제에서 협력하는 대신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느냐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인 우신보 푸단대 교수는 로이터에 "미중 관계는 더욱 거래적으로 변했다"며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수용한다면 중국도 법 집행이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 다른 문제에서 미국의 우려를 수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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