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 유가담합' 재판 본격화...자진신고 임직원 증언대 선다
[파이낸셜뉴스] 중동발 위기 상황 당시 고유가 흐름에 올라타 26조원대 유가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국내 4대 정유사(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S-OIL)의 재판 쟁점이 윤곽을 드러냈다.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한 내부 직원이 핵심 증인으로 증언대에 오르며 정산구조와 계약에 대한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2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4개 정유 법인 및 임직원 4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증거 의견 및 증인신문 일정을 조율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세운 SK 측 자진신고자에 대한 증인신문 방식과 범위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현대오일뱅크 임직원에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정황 등에서 회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신속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증인은 공정위 자진신고를 한 상태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전부 또는 일부 진술을 번복할 수 없는 구조"라며 "공동행위 관련 사실만 한정해 신문해야 한다"고 맞섰다.
증거능력을 둘러싼 다툼도 예고됐다. 변호인단이 휴대전화 메모, 카카오톡 메시지 자료 등 검찰 측 주요 증거자료와 서명날인이 결여된 수사보고서에 대해 부동의 의사를 밝히거나 의견을 보류하면서, 재판부는 검찰에 부동의 증거에 관한 구체적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또한 공소사실과의 관련성이 모호한 증거에 대해서는 검찰 측에 사실관계 정리와 철회 여부 검토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20일 오전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증거 채택 여부와 변론 분리 문제를 최종 정리한 뒤, 11월 19일 정식 공판기일을 거쳐 11월 24일과 26일 증인신문을 연이어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증인신문 이전 첫 공판에서는 변호인 측이 쟁점이 된 '입금가' 등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설명할 예정이다.
주유소는 정유사가 정한 입금가에 따라 제품을 공급받고, 월말에는 정유사가 다시 정한 확정가를 기준으로 정산하는 구조다. 재판에 오른 정유사들은 제품 전량을 공급하는 '전량구매계약' 방식으로 대부분의 주유소와 관계를 맺고 있다. 검찰은 정산구조와 계약을 활용해 공정한 가격 경쟁이 아닌 고의적인 가격 조정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원, 시장 파급 효과를 포함한 경쟁제한 규모는 26조원에 달한다. 반면 정유 4사는 첫 공판에서 "구조적 담합은 없었으며 시장 원리와 적법 계약에 따른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상태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