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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만 더" 수십번…日현직 장관이 털어놓은 트럼프 협상법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이 최근 펴낸 저서 '트럼프 관세-협상의 기록'. 트럼프와 악수하고 있는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담당상.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이 최근 펴낸 저서 '트럼프 관세-협상의 기록'. 트럼프와 악수하고 있는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담당상.

【도쿄=서혜진 특파원】"대통령님, 한 가지만 더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지난해 7월 22일 미국 백악관 집무실. 아카자와 료세이 당시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집게손가락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수십 차례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70분간 이어진 담판에서 전체 시간의 3분의 2 이상 직접 설명했다.

말을 멈추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것으로 딜"이라고 선언해 자동차와 상호관세가 19~25%로 굳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최근 펴낸 '트럼프 관세-협상의 기록'에서 당시 전략과 막후를 공개했다. 현직 장관이 직접 쓴 이 책은 도쿄 대형서점 주간 논픽션 부문 1위에 올라 2쇄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협상 책임자로 지명된 뒤 5개월 동안 10차례 미국을 찾았다.

최종 담판은 갑자기 찾아왔다. 전날 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자택으로 불러 "내일 대통령과 딜할 수 있다.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일본 협상단은 밤 11시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 반응을 점검했고 실무진은 밤 새워 자료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러트닉은 일본의 제안을 최종 결정권자에게 전달하는 통로였다. 다음 날 아카자와는 일부 일본 기업이 자동차 추가관세로 "1시간에 1억엔, 하루 20억엔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피가 흐르는 상황을 멈추지 않고서는 백악관을 나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피해만 강조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일본이 꺼낸 답은 '관세보다 투자'였다. 정부계 금융기관의 출자·융자·보증을 활용한 대미 투자 틀을 4000억달러에서 최대 5500억달러로 늘리는 대신 자동차와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책에 드러난 협상 원칙은 세 가지다. 웃으며 먼저 다가간 것은 '예의', 일본의 관세를 지키면서 미국이 내세울 투자안을 만든 것은 '상대의 관점', 10차례 미국을 찾고 끝까지 "한 가지만 더"를 반복한 것은 '포기하지 않기'였다.
출간은 아카자와가 먼저 제안했다. 그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비상사태에 대응한 교훈은 제대로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뜻의 '발재즉기록(発災即記録)'을 언급하며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럼프 관세도 같은 생각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사자의 자기평가라는 한계는 있지만 상대가 받아들일 숫자와 이를 전달할 사람까지 준비한 과정은 한국에도 참고할 대목이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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