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폭발 사고 "유엔사 현장조사 앞둔, 수색로 개척 중 발생"
軍, MDL 지형 변화 식별 후 유엔사에 검증 요청, 수색로 개척 작전 중 간부 2명 부상
북한군 한 달 새 20여 차례 월선 도발 '의도적 소행'과 '아군 유실지뢰' 가능성 동시 추적
방호장구 착용해 생명 지장 없어, 원인 규명 중…2015년 목함지뢰 도발 연상 대비책 시급
[파이낸셜뉴스] 지난 21일 발생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미상 폭발 사고는 최근 급증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및 지뢰 매설 정황에 대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현장 검증'을 앞두고, 우리 군이 수색로를 개척하던 도중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아군 유실 지뢰의 폭발 가능성과 함께, 최근 한 달 사이 20회 이상 군사분계선을 무단 침범하며 지뢰를 매설해 온 북한군의 의도적인 '회색지대 도발' 가능성이 충돌하며 최전방 일대에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2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어제 DMZ 작전은 유엔사 현장조사를 실시하기 이전에 여건 조성을 위한 수색로 개척 작전이었다"라며 공식 확인했다. 장 실장은 당시 작전 병력이 지뢰탐지기를 가동하며 전방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지뢰로 추정되는 미상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군 당국은 의무후송전용헬기(메디온)를 DMZ 내부로 신속히 투입하여 부상당한 군 간부들을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합참에 따르면 헬기로 후송된 간부 2명은 중상(1명 발목 절단으로 수술) 상태이며, 나머지 간부 1명은 경상으로 분류되어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작전요원들이 방호복과 지뢰덧신 등 필수 방호장구류를 철저히 착용한 상태여서 최악의 인명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이번 사고가 단순 사고를 넘어 심각한 안보 쟁점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사고의 타이밍에 있다. 우리 군은 최근 서부전선 일대에서 북한군의 MDL 침범이 비정상적으로 잦아진 이후, MDL 남측 여섯 곳 등 일부 지대에서 뚜렷한 지형 변화와 지뢰 매설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군 당국은 유엔사에 정밀 현장 조사를 공식 요청했고, 다음 주 초 유엔사의 본격적인 조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번 폭발은 유엔사 감식단이 현장에 진입하기 전, 아군 작전로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크게 두 가지 갈래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과거 우리 군이 매설했던 '발목지뢰'의 자연 유실 가능성이다. 합동참모본부가 과거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 및 국방백서에 따르면, 과거 우리 군은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할 목적으로 DMZ와 민간인통제선 북쪽 전방 지역에만 약 77만 발 이상의 대인지뢰를 다량 매설한 바 있다. 현재는 추가 설치 없이 제거 작전만 펼치고 있으나, 여름철 집중호우와 산사태를 거치며 위치가 바뀐 유실 지뢰가 아군의 수색로로 흘러 들어왔을 확률이 상당하다.
그러나 군 당국이 정작 예의주시하는 대목은 북한군의 의도적인 '매설 도발' 소행 가능성이다. 북한은 지난 2024년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뒤 MDL 이북 구역에 철책과 콘크리트 방벽을 세우고 지뢰를 뿌리는 등 소위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강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최근 한 달 새 20회가 넘는 월선 도발을 일삼았으며, 감시 사각지대를 틈타 MDL 남측 지역까지 깊숙이 내려와 아군을 겨냥한 대인지뢰를 기습 매설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엄중한 정황이다.
이는 지난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시 DMZ 추진철책 통로에 북한군이 몰래 침투해 목함지뢰를 매설하여 아군 부사관 2명에게 심각한 절단 부상을 입혔던 '목함지뢰 도발 사건'의 악몽을 연상시킨다. 당시 합동조사단은 매설 위치와 지형적 특성을 근거로 북한군의 의도적 도발임을 규명해 냈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고강도 압박 조치로 북한의 유감 표명을 받아낸 바 있다.
합참은 이번 사고 발생 지점이 군사분계선(MDL)과 극도로 인접한 구역인 만큼, 북한군의 침투 흔적 유무를 가려내기 위해 유엔사와 긴밀한 공조 하에 현장 합동 정밀 감식에 착수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사고 현장을 철저히 통제한 상태"라며 "북한군의 의도적 매설 도발부터 아군 잔존 유실물 폭발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발물의 성분과 매설 주체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