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성장통 앓는 증시

파이낸셜뉴스
주원규 증권부
주원규 증권부

증권부에 온 지 4주 차. 증시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이런 비극이 따로 없다. 작년 추석 무렵 기사를 찾아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3400이었다. 1년 만에 2배 넘게 컸다. 멀리서 보니 또 희극처럼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나머지 19년에 맞먹는 일들이 있었다"는 한 금융투자업계 임원의 말이 실감 난다.

급격히 몸집을 불린 우리 자본시장은 성장통을 앓고 있다. 키가 자라는 속도를 뼈와 근육이 따라가지 못하듯, 시장을 떠받칠 제도와 신뢰가 충분히 단단해졌는지 돌아볼 때다. 지수가 두 배가 됐다고 시장의 체력까지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혼란은 그 간극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투자자가 몰렸지만, 하락장에서 손실도 그만큼 가팔랐다. 손실이 커진 뒤에야 투자문턱을 높이는 대책이 뒤따랐다. 투자자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하기에 앞서 상품을 만들고 팔고 상장을 허용한 주체들에 위험을 충분히 따져봤는지 물어야 한다.

해외의 시선에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최근 해외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한국 우량기업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극심한 변동성이 해외 장기투자자의 진입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 기업이 많다고 좋은 투자시장이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한 사람이 급등락을 견디지 못해 떠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변동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최근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일부 운용역의 ETF 편입 종목 선행매매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투자자의 돈을 맡은 사람이 그 정보를 사익에 이용했다는 의혹은 시장의 기본적인 약속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를 외형 성장에 따라 으레 겪는 성장통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새 상품의 시장 영향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촘촘히 살펴야 한다. 금융회사는 판매와 수익률 경쟁에 앞서 내부통제가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투자자 역시 단기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 지수 상승을 반겼던 시장 주체 모두에게 그 성장을 지켜낼 몫이 있다.

내년 추석에는 시장이 얼마나 믿을 만해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 멀리서 본 상승 그래프가 희극일지라도 그 안에 있는 투자자들의 경험이 비극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7000선에 올라선 우리 증시가 다음으로 넘어야 할 문턱은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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