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눈물' 닦아낸 금빛 찌르기...송세라, 亞게임 개인전 '무관의 한' 풀었다 [나고야 AG]
여자 에페 결승서 싱가포르 티카나 15-8 완파… 韓 선수단 6번째 金
8강·4강 1점 차 '피 말리는 혈투' 극복… 항저우 아픔 씻어
종합대회 개인전 우승 숙원 풀며 단체전까지 2관왕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한국 여자 펜싱 에페의 '절대 에이스' 송세라(부산광역시청)가 마침내 자신을 옭아매던 지독한 '종합대회 징크스'를 끊어냈다. 세계선수권을 휩쓸며 세계 랭킹 최상단에 군림하고도 유독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무대에서 삼켜야 했던 통한의 눈물을 나고야의 피스트 위에서 완벽한 금빛 찌르기로 보상받았다.
송세라는 22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키리아 티카나(싱가포르)를 15-8로 여유 있게 제압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로써 송세라는 이번 대회 펜싱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선사함과 동시에, 근대5종·테크볼·농구·수영에 이은 대한민국 선수단의 6번째 금메달 주인공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세계랭킹 3위' 송세라에게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1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2022년 카이로 세계선수권 2관왕,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4개 수확 등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 최정상급 검객이다. 하지만 유독 종합대회 개인전 금메달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22 항저우 대회 개인전 결승에서는 대표팀 선배 최인정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며 선배의 '라스트 댄스'를 빛내주는 훌륭한 조연에 만족해야 했다. 부동의 에이스로 출전했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개인전 16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표를 받아들고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화려한 경력 속 단 하나의 결핍이었던 종합대회 개인전 우승은 그에게 반드시 넘어야 할 숙명과도 같았다.
파리에서의 쓰라린 실패 이후 송세라는 검을 쥐는 손에 더욱 지독한 독기를 품었다. 세계 정상에 오르고도 올림픽 무대에서 무너졌다는 자책감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지만, 주저앉는 대신 스텝을 다시 가다듬었다. 지옥 같은 체력 훈련으로 한계를 돌파했고, 1점 차 승부에서 흔들리던 심리적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수백 번의 마인드컨트롤을 반복하며 묵묵히 나고야를 정조준해 왔다.
징크스를 깨기 위한 여정은 역시나 험난했다. 조별예선을 6전 전승으로 통과해 16강에 직행한 송세라는 8강에서 중국의 탕쥔야오를 만나 15-14 한 점 차 신승을 거뒀다. 최대 고비였던 준결승에서는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개최국 일본의 데라야마 다마키를 상대로 13-14로 뒤지던 벼랑 끝 상황에서 극적인 연속 득점을 뽑아내며 또다시 15-14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오히려 결승전은 한 수 위의 압도적인 기량이 돋보였다. 경기 초반 티카나에게 먼저 2점을 헌납하며 끌려갔으나, 특유의 낮은 자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묘한 찌르기로 내리 3점을 뽑아내며 단숨에 흐름을 뒤집었다. 6-6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상대의 미세한 빈틈을 파고들어 2점을 추가한 송세라는 승부처인 8-7 상황에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두 자릿수 득점(10점)을 선점했다. 기세가 꺾인 티카나를 매섭게 몰아붙인 송세라는 15번째 득점을 찌른 뒤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이번 송세라의 값진 금메달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펜싱 대표팀 전체에 거대한 시너지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이스의 완벽한 부활을 지켜본 동료들은 곧바로 이어질 남녀 단체전에서도 또 한 번의 '금빛 찌르기'를 벼르고 있다. 송세라 역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단체전 피스트에 올라 대회 2관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겨냥한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