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유가 추가하락 베팅…브렌트유 풋옵션 거래량 사상 최대
풋옵션 하루 76만4000계약…지난주 110달러 육박 후 100달러 하회
사우디 송유관 재가동·호르무즈 외교 진전 기대에 강세 베팅 후퇴
브렌트유 11월물 배럴당 99.25달러
미국 이란 유엔총회에서 깜짝 직접회담
[파이낸셜뉴스]중동 지역 원유 공급량 회복 기대 속에 국제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원유 옵션 시장에서 추가 하락에 대비한 거래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지난주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특히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송유관 재가동과 유엔 총회를 계기로 미국·이란의 전격적인 직접 회담 등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외교적 진전 기대가 공급 불안을 누그러뜨리면서 유가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포지션을 바꾸게 했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 풋옵션 거래량은 약 76만4000계약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가파른 유가 상승 이후 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브렌트유 11월물은 이날 1.1% 하락한 배럴당 99.2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글로벌 지표인 브렌트유의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8일(97.92달러) 이래로 처음이다. 지난주 한때 110달러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옵션시장에서는 특정 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이익을 얻거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풋옵션 거래가 집중됐다.
12월물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 안팎까지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거래가 11만계약 이상 체결됐다. 11월물에서는 92~93달러 수준의 하락에 대비한 거래가 4만 계약, 내년 2월물에서는 69~70달러 수준에 대비한 거래가 3만8500계약 이뤄졌다. 이들 거래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는 다른 옵션 지표에서도 빠르게 약해졌다. 브렌트유 콜옵션의 프리미엄은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축소됐다. 유가 상승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기술적 과열 신호도 완화됐다. 지난주 대부분 기간 9일 상대강도지수(RSI) 기준 과매수 영역에 머물렀던 브렌트유는 최근 가격 하락과 함께 과매수 구간에서 벗어났다.
사우디는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핵심 석유 인프라인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의 운영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홍해 연안 얀부항을 통한 원유 수출도 하루 안에 재개될 전망이다.
사우디의 아람코 측은 수송량을 하루 400만 배럴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외신들은 "전체 용량의 40% 수준에 도달하는 데 며칠이 걸리고, 완전 재가동까지는 6~8주가 소요된다"고 전망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사우디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이 송유관을 통해 얀부항으로 우회 수송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원유가 미군의 보호 아래 해협을 지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운 데이터 기업 케플러는 사우디 동부 라스 타누라 항만에서는 이란 전쟁이 벌어진 이래 가장 많은 선적이 이뤄졌으며, 6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1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출발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유엔총회 개최를 계기로 같은 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접촉을 갖고 회담을 연 것이 시장에 청신호를 줬다. 미국 측에선 대통령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나섰다. 이란 측 대표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었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전했다. 이란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라그치 장관을 포함한 소규모 대표단을 뉴욕으로 보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회담이었다"며 "(이란에)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한쪽은 완전한 파괴이고, 다른 선택지는 위대해질 잠재력이다. 이란은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압박했지만 시장은 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으며,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추가 회담이 예정돼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합의하는 게 이란 측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중동 국가 정상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합의를 이루거나, 아니면 사태가 매우 매우 빠르게 끝날 것"이라며 "여러분의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