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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등 낙인 지운 실미도 공작원… 23년 만에 영화 자막 바로잡았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방부·유족회 요청에 배급사 수정 자막 반영, OTT 플랫폼까지 전면 교체 완료
은폐됐던 '민초의 비극', 과거 한 언론인의 집요한 추적 특종이 바꾼 역사의 물줄기
1968년 창설 이후 반세기 동안 씌워진 범죄자 프레임, 뒤늦은 명예 가치 복원

영화 실미도 홍보 포스터. CJ ENM·시네마서비스 제공
영화 실미도 홍보 포스터. CJ ENM·시네마서비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 1971년 발생 이후 과거 정부 당국의 철저한 보안 속에 묻혀있다 한 언론인의 집요한 추적 특종 보도로 터부시되던 그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던 '실미도 사건'이 발생 반세기 만에, 그리고 영화화된 지 23년 만에 그릇된 낙인을 벗겨내고 명예의 일부를 회복하게 됐다. 국방부는 영화 속에서 사형수나 특수범죄자로 묘사되어 전 국민적인 오해를 받아온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이 실제로는 대부분 평범한 민간인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정식 고지하는 안내 자막 수정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실미도 희생자 유족회'의 간절한 요청에 따라 지난 2003년 12월 개봉되어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실미도'에 포함된 오인성 안내 자막의 오류를 확인하고, 영화 배급사인 씨제이이엔엠(CJENM)에 수정을 요청했다. 영화 배급사 측은 유족회와 군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4일부터 극장 및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에 수정 자막을 반영했으며, 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도 수정본 반영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지난 1968년 창설된 공군 소속의 북파공작부대였던 실미도 부대는 그동안 대중 매체를 통해 형집행을 앞둔 사형수나 무기수 등 특수범죄자들을 모아 만든 부대로 각인되어 왔다. 영화 시작 전 "훈련병들의 상황 설정이 다른 북파공작원과는 무관하다"는 자막이 나오긴 했으나, 정작 본편 내에서는 공작원들의 출신 성분을 범죄자로 묘사해 유가족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은폐의 아픔에 더해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불명예의 고통에 묶여 지내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엄정한 과거사 조사 결과, 실미도 부대 공작원 중 사형수나 무기수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이 평범한 민간인 출신이었음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로 규명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새로 교체된 영화 오프닝 자막에는 "부대 공작원들을 특수범죄자, 사형수, 무기수로 묘사한 것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상황 설정되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고통을 받은 공작원과 유족에 대한 명확한 위로의 뜻이 전면에 삽입됐다.

이 비극적인 역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배후에는 대한민국 언론의 저널리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 당국은 관련 서류를 소각하고 생존자들을 사형에 처하는 등 실미도 부대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지워버리려 했다. 영원한 미제로 남을 뻔했으나, 세월이 흐른 뒤 한 언론인이 끈질긴 추적과 생존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해 터뜨린 대형 특종 보도를 통해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해당 보도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공론화하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이후 국회 국정감사와 정부 차원의 과거사 규명 위원회 발족으로 이어져 오늘의 자막 정정이라는 온전한 명예 복원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언론사적으로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자막 정정 조치를 통해 실미도 부대원들이 범죄자가 아닌 일반 민간인 출신이었다는 팩트가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전달되길 기대한다"라며 "희생자 유족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존중해 실미도 희생자들의 명예를 온전히 회복하고 유가족들의 깊은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국가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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