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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해고 노동자의 목소리, 포기할 수 없었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영화감독으로서 어떻게 보면 저도 자본과 결혼하고 사는 삶인지도 모릅니다."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영화로 다루는 창작자의 윤리와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예술가의 현실을 언급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 두 부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가능한 사랑'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예지가 제작 지원금을 받아 독립하려고 애쓰면서도 남편의 절대적인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저 역시 마찬가지"라며 "자본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서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영화 창작자에게는 자본과의 관계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화의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여러 복잡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관객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로도, 계급 간 갈등으로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와 태도에 관한 문제로도 볼 수 있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여러 층위를 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느끼고 생각하며 질문을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목소리, 포기할 수 없었다"

영화에는 해고와 파업으로 삶이 무너진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증언이 상당한 분량으로 담겼다.

특히 심리치료 장면은 극의 흐름만 고려하면 훨씬 짧게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이들의 목소리를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전달한다.

그는 "이 영화는 해고노동자 부부와 그들의 삶을 찍으려는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는 구조"라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의 시선뿐 아니라 예지가 취재하고 인터뷰하는 내용 자체도 영화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석이 처음 심리치료를 받는다는 상황만 보여주려 했다면 그 장면이 그렇게 길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전달하는 것이 이 영화에서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두 부부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일을 잃고 삶이 파괴되면서 정체성마저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그들이 마음속에서 느끼는 텅 빈 자아를 관객에게 직접 들려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상보다 중요했던 관객과의 첫 만남"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이 10여년 전 한 대기업의 대량해고와 파업 강제진압 사건을 접한 뒤 품었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감독은 "그 사건은 저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이었다"며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내가 과연 정직하게 말할 자격이 있는가',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가까운가'라는 질문에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예지는 타인의 삶을 영화로 옮기는 이 감독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그들의 고통을 소비하거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만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제가 평생 해온 질문이고, 지금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한 문제"라고 말했다."
베네치아영화제 수상에 대해서는 상 자체보다 관객과의 첫 만남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감독은 "수상은 기쁘고 영광스럽지만 상은 하나의 결과물"이라며 "쉽거나 자극적인 영화가 아닌데도 관객들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이야기하려는 바를 느끼고 반응해줬다. 관객들의 표정과 저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관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능한 사랑'의 앞으로의 운명은 오늘 나눈 이야기에서부터 하나씩 만들어질 것"이라며 "영화를 결국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다. 이 영화가 관객들 속에서 더욱 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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