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가 틀고, 韓 국적은 중국?"... 역대 이런 아시안게임은 없었다 [나고야 AG]
하키 경기장서 북한 국가 울리고, 시상식선 한국을 '중화민국(ROC)'으로 소개
결승 앞둔 농구대표팀 버스 노쇼, 크루즈선 숙소는 엉망
적반하장 조직위 "경기에 지장 없고, 서류 늦은 각국 탓"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선수단을 향한 '북한 국가(國歌)' 연주, 시상식에서의 '중화민국' 국적 둔갑, 그리고 밥 먹듯이 일어나는 '버스 노쇼'까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라고는 믿기 힘든 역대 최악의 행정 참사를 연일 터뜨리며 전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단순한 운영 미숙을 넘어 참가국들에 대한 심각한 결례가 쏟아지면서 각국 선수단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의 촌극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지난 18일 열린 하키 남자 한국과 방글라데시 경기에서는 대한민국의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중대한 외교적 결례가 발생했다. 대한체육회의 강력한 항의에 조직위가 고개를 숙였지만, 참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틀 뒤인 20일 근대5종 시상식에서는 버젓이 태극기를 단 한국 선수단을 향해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라고 소개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직결되는 수송 및 숙박 시스템은 아예 붕괴 수준이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20일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공식 훈련을 계획했으나, 조직위가 배정한 버스가 나타나지 않아 연습을 전면 취소해야 했다. 중국 선수단 역시 공항에서 수 시간 동안 발이 묶이는 등 매일 2~3건의 수송 펑크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예산 절감을 이유로 별도의 선수촌을 짓지 않고 대형 크루즈선을 숙소로 쓰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입실 절차 지연과 엉망진창인 숙소 배정 탓에 피로를 풀어야 할 각국 선수단은 길바닥에서 짐을 풀고 항의하는 처지가 됐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도 대회 조직위원회의 태도는 '적반하장'에 가깝다. 오미 다카아키 조직위 사무국 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적 실수에 대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경기 자체에는 영향이 없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버스 배차나 숙박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각국 선수단의 심야 긴급 요청이나 서류 불비가 원인"이라며 책임을 참가국들에게 떠넘기는 추태를 보였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대참사 이면에는 일본 체육계의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운영 미숙의 근본 원인으로 '도쿄올림픽 비리 사건'을 지목하고 있다. 당시 뇌물 스캔들 여파로 덴쓰를 비롯한 대형 광고대행사들이 대회 운영에서 전면 배제되면서, 국제 대회 경험이 전무한 아마추어 인력들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미 차장 역시 "미경험자가 많아 실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선수들의 4년 땀방울이 걸린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축제가 무능한 조직위의 '아마추어 행정 훈련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