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첫발 뗀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업권 간 이견차 커 '험로' 예고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손해사정업 고유 업무 침해 우려
초대형·기업형 GA만 등록 유리
중소형 법인엔 되레 '진입장벽'

첫발 뗀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업권 간 이견차 커 '험로' 예고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화를 위한 입법 절차가 첫 발을 뗐지만 보험사, 손해사정사 등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업권들의 이견으로 출범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와 손해사정업계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규정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일부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안,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2개다.

모두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를 보험판매전문회사로 등록하고, 업무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보험모집 외 보험계약 유지관리업무, 보험사고의 접수대행, 소액보험금의 지급대행 및 사업비에 관한 협상 등을 추가한다.

책임도 강화된다. 임원 자격기준을 보험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정하고 소비자보호책임자·준법감시인을 두도록 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의 담보를 위한 자본금 유지, 배상책임보험 가입도 의무화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확대되는 권한에 비해 책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금융사지배구조법상 임원에 대해 주의부터 해임요구까지 5단계로 제재하도록 돼있으나, GA는 직접적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도 '임원의 자격'만 있을 뿐 제재 기준은 빠져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도 판매사(증권사)가 대부분의 책임을 졌는데, 보험업계는 원수사를 문제 삼는 구조"라며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에 대한 제재 등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초대형 법인들은 이미 중소형 보험사에 버금가는 몸집을 지녔는데 사업비 협상력까지 주면 판매수수료를 올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짚었다.

손해사정업계에서는 '소액보험금의 지급대행'을 문제 삼고 있다. 소액의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손해사정 고유 업무에 대한 침해 우려가 크다.

손해사정업체 관계자는 "가령 진단보험금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라 해당 질병 코드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데, 이는 손해사정의 영역"이라며 "당장은 '대행'이지만 보험사가 점차 권한을 넘겨주다보면 GA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GA 업계 내에서도 법인 유형별로 사정이 다르다. 판매전문회사 등록 후보로 점쳐지는 초대형(설계사 3000명 이상)·대형(500명 이상) GA들은 반기지만, 사실상 가능성이 없는 95% 이상의 중·소형 법인들엔 오히려 진입장벽이 된다.

대형 이상 GA 중에서도 중앙통제 체계를 갖춘 기업형이나 자회사형은 등록에 유리하지만 독립채산제(지점들의 연합 조직) 형태인 지사형 GA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각 업권이 금융위원회나 정치권에 다른 의견들을 전달하고 있는 만큼 최종 조율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법안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두 법안 모두 부적격 조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등록 요건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해놓았다.

다만 제도 시행 시 GA 업계 자정작용에 대한 기대는 나온다. 대형 GA 관계자는 "판매전문회사 자격을 얻기 힘든 중소형 GA 간 인수합병(M&A)으로 난립한 법인들이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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