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점심 뭐 드셨어요?" 부모님 식사·수면 챙기고 걸음걸이 살펴봐야 [건강한 한가위 고향가는 길]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최근 있었던 일 물어 치매 증상 확인
O자형 다리 등 무릎 관련 질환 체크
의욕저하 2주 지속되면 우울증 의심

"점심 뭐 드셨어요?" 부모님 식사·수면 챙기고 걸음걸이 살펴봐야 [건강한 한가위 고향가는 길]

추석 명절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기회다. 나이가 들면 아픈 곳이 많아지지만 자식들에게 걱정을 시킬까봐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23일 "부모님의 걸음걸이나 앉고 일어나는 동작의 작은 변화부터 식사, 수면, 기분까지 세심히 살피면 큰 병을 막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 건강 체크하는 법

부모님은 가족 음식에 신경을 쓰면서도 정작 본인 식사는 밥, 김치, 간단한 국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입맛이 없는지, 씹거나 삼키기 어려운지, 소화가 안 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약물로 인해 입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최근 복용 약이 늘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변비 역시 흔하지만 혼자 해결하려는 어르신이 많은 만큼 한 번쯤 여쭤보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치매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기억력 장애로, 건망증과 헷갈리기 쉽다. 이때 최근 있었던 일이나 약속을 추가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성격 변화나 판단력 저하도 초기 증상일 수 있으며, 냄비를 심하게 태우거나 중요한 약속을 자주 잊는다면 검사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 감소와 근력·균형감각 저하로 낙상과 골절 위험이 커진다. 노인 낙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집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별한 외상 없이 갑자기 심한 허리나 등 통증이 생겼다면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가능성도 있어 진료가 필요하다.

부모님이 만성질환으로 여러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면 복용 개수와 시간, 중복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5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은 약물 간 상호작용이나 부작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약 봉지에 날짜를 적거나 휴대폰 알람을 맞춰드리면 도움이 된다. 담배는 혈액순환을 막는 주요 원인이다. 손발 저림이나 보행 시 다리 문제를 호소한다면 금연을 권할 필요가 있다. 음주는 복용 중인 약물의 효과를 변화시키거나 부작용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특히 여러 약을 복용하는 고령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노인성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분 변화뿐 아니라 수면장애, 식욕저하, 통증, 소화불량,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설명되지 않는 불면증이나 통증, 소화불량을 호소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으며, 의욕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수면의 변화는 건강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함을 호소한다면 수면의 질이 낮을 수 있다. 낮에 지나치게 졸리거나 코골이가 심하고 자다가 숨이 멎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걸음걸이,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

'무릎관절염'과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걷거나 앉고 일어날 때 나타나는 작은 변화가 질환의 조기 신호가 될 수 있다. 양반다리가 불편해지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 통증이 심해지면서 무릎이나 주변 물건을 짚는다면 무릎관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관절연골 및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면서 통증과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박철희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릎관절염은 주로 무릎을 깊게 굽히거나 체중을 실어 펴는 동작에서 통증이 심해지고, 무릎 주변이 뻣뻣해지거나 붓고 물이 차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며 "관절염이 진행되면 내반 변형(O자형 다리) 등으로 하지 모양이 변하고 통증이 심해지며, 보행이 어려워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워 구조적 변형과 기능 저하가 심해지기 전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박 교수는 "무릎 관절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통증이 지속된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기에는 약물이나 주사 등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고 관절염의 진행을 관리할 수 있지만, 관절의 손상과 변형이 심해지면 절골술이나 인공관절 치환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화 현상으로 여기기 쉬운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디스크와 황색인대, 후관절 등 척추관 주변 구조물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면서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져 발생하며, 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당기거나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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