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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유해진 "엄지원 대사 보고 내가 캐스팅 1순위 아니었나 싶었죠"[인터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23일 개봉, 12세 관람가

'암살자(들)' 유해진 / 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뉴스1
'암살자(들)' 유해진 / 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우리 남편 너~무 잘생겼네."
23일 개봉한 추석 영화 '암살자(들)'에서 희자(엄지원)가 남편 철구(유해진)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하는 말이다. 엄지원과의 부부 호흡이 좋았는데, 극중 대사는 원래 대본에 있었냐는 질문에 유해진은 "그냥 진심이 우러나왔겠죠"라며 받아쳤다. 이어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다. 그걸 보고 '내가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나?' 생각하기도 했다"고 부연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신체제 아래 산업화가 진행되던 1974년을 배경으로 한 '암살자(들)'에서 철구와 희자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평범한 부부다. 희자는 경찰인 남편을 자랑스러워하고, 철구의 동료 가족까지 살뜰히 챙긴다. 가족을 든든하게 지키던 철구의 일상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무너진다. 경호 인력으로 현장에 투입됐다가 총격을 목격한 그는 책임 소재를 이유로 동료가 끌려가는 상황을 마주한다. "문태광이 제압당한 후에도 총성이 울렸어." 눈앞에서 본 일에 의문을 품은 철구는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유해진이 사건 현장에 있던 형사 철구를, 박해일과 이민호가 각각 진실을 좇는 사회부장 재환과 신입 기자 영일을 연기했다.

"첫 느낌은 '참 조심스럽다'였어요"

유해진이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조심스러움이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데다,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일을 영화로 풀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강렬했던 첫 느낌이 '참 조심스럽다'는 것이었다"며 "제 생각에는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돌이켰다.

1974년 당시 네 살이었던 유해진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다만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는 고향 청주의 놀이터에 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고 부연했다.

영화 '암살자(들)'은 형사 철구(유해진·왼쪽)와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가운데), 신입기자 영일(이민호)을 중심으로 사건의 파편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국가가 발표한 '사실'과 현장에서 목격한 '진실' 사이의 간극을 파고든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은 형사 철구(유해진·왼쪽)와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가운데), 신입기자 영일(이민호)을 중심으로 사건의 파편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국가가 발표한 '사실'과 현장에서 목격한 '진실' 사이의 간극을 파고든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철구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자신이 믿었던 것들과 부딪힌다. 유해진이 꼽은 인물의 감정적 절정은 태극기를 바라보다 외면하는 순간이다. 그는 "애국 시민이었던 한 사람이 절망을 느낀다"며 "폭력도 겪지만 끝까지 진실이 무엇인지 놓치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87' '택시운전사'에 이어 진실을 좇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다"며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알리는 것, 그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허진호 감독, 뒷모습을 찍으면서도 마음을 묻더라고요"

허진호 감독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다. 유해진은 허 감독을 두고 기본을 중시하면서도 익숙한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철구가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카메라에는 유해진의 뒷모습이 담기는데, 허 감독은 "저럴 때는 어떤 마음일까요?"라고 물었다. 유해진은 "처음엔 '그냥 뒷모습인데 왜 물으시지?' 싶었다. 나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이라며 "복도를 지나 방에 들어가는 순간의 마음까지 궁금해하는 걸 보고 '이렇게 작업하는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함께 출연한 박해일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눈빛을 이야기했다. 영화 '이끼'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유해진은 "시간이 지났으니 에너지도 조금은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 눈빛과 에너지를 그대로 갖고 있나 싶었다"며 "자기 방식으로 그렇게 꼿꼿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박해일 역시 자신의 연기를 유심히 지켜봤다며 웃었다.

"물음표 남은 사건, 다시 생각해 볼 기회 되길"

유해진은 올 상반기 '왕과 사는 남자'로 '왕의 남자'(2005),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에 이어 다섯 번째 천만 영화를 갖게 됐다.
유해진은 천만 관객 흥행 뒤 새 영화를 내놓는 부담감을 묻자 "부담은 있다"면서도 "이번에는 박해일, 이민호 등 함께하는 배우가 많아 조금 덜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영화가 과거 사건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왕과 사는 남자'가 과거의 기록을 바탕으로 단종의 뒷이야기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물음표로 남아 있는 사건을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것도 영화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암살자(들)' 보도스틸.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보도스틸.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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