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따고 폭풍 오열하더니... 시상식 직전 대형사고 친 박시은의 '기막힌 반전' [나고야 AG]
'제2의 정다래' 꿈꾸던 19세 소녀의 은빛 역영… 지옥 훈련 끝에 터진 '해방의 눈물'
초반 러시 대신 막판 50m 뒤집기 승부수 적중… 일본 심장부 서늘하게 한 '미친 뒷심'
시상식 직전 너무 떨어 선배 립스틱 동강 '폭소'… "다음 무대는 LA 올림픽 시상대"
[파이낸셜뉴스] 단 0.12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보다, 남들 쉴 때 하루도 쉬지 않고 물살을 갈랐던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먼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여자 평영의 새로운 간판으로 우뚝 선 19세 소녀 박시은(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이 아시안게임 시상대 앞에서 뜨거운 눈물과 유쾌한 웃음을 동시에 쏟아냈다.
박시은은 24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치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여자 평영 200m 결승에서 2분22초69의 압도적인 한국 신기록으로 2위를 차지하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의 가토 고토미(2분22초57)와는 찰나의 순간인 0.12초 차이였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박시은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그는 "남들이 다 쉴 때도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수영만 했다. 그 인고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묘한 해방감에 먼저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금메달을 아깝게 놓친 짙은 아쉬움마저 집어삼킬 만큼, 열아홉 살 선수가 감내해야 했던 훈련의 강도가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박시은이 평영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특별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원조 인어' 정다래의 경기 영상을 보며 태극마크의 꿈을 키웠다. 박시은은 "너무 멋져서 영상에 댓글도 수없이 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며 수줍은 '성덕(성공한 덕후)'의 면모를 숨기지 않았다.
결승전 레이스는 박시은이 준비한 완벽한 전략의 승리였다. 경쟁자들의 초반 오버페이스를 간파한 그는 정반대로 '막판 뒷심'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다시는 못 할 정도로 혹독하게 지구력을 끌어올린 박시은은 100m 구간까지 3위로 힘을 비축하다, 150m 구간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며 1위로 턴을 도는 짜릿한 명장면을 연출했다. 마지막 50m에서 가토와 피 말리는 혈투를 벌인 끝에 은빛 터치패드를 찍었다.
도쿄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한 부모님, 그리고 한국에서 한 시간 간격으로 연락하며 누나를 괴롭힌(?) 동생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박시은의 동생 박하은은 현재 강원체고 수구 골키퍼이자 청소년 국가대표다. 박시은은 "동생에게 자랑스러운 누나가 된 것 같아 무척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감동적인 드라마는 시상식 직전 유쾌한 코미디로 변모했다. 예쁘게 시상대에 오르라며 대표팀 선배 한다경(전북원스포츠단)이 건네준 립스틱을 바르려다,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 그만 립스틱을 두 동강 내버린 것. 박시은은 "선배에게 립스틱을 새로 사드려야 할 것 같다"며 귀여운 울상을 지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눈물과 웃음으로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을 화려하게 장식한 박시은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당장 다음 목표가 생겼으니 쉴 틈이 없다"며 전의를 불태운 그는 내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거쳐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시상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19세 인어의 찬란한 황금빛 질주는 이제 막 시작됐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