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고 택시 타고, 15kg 생살 도려냈다".... 박현수, '인간 승리'의 銅 [나고야 AG]
15kg 극한 감량 투혼! 2018년 금메달리스트 박현수, 8년 만에 다시 아시아 시상대 섰다
택시 이동·일정 반토막·파손된 레인… 조직위 역대급 만행에도 흔들림 없는 금빛 멘탈
1500m 구간 2위 역전극, 이란과 0.76초 차 피 말리는 혈투 끝 값진 동메달 수확
[파이낸셜뉴스] 뼈를 깎는 15kg 감량의 고통도, 국제 대회라고는 믿기 힘든 주최 측의 황당한 만행도 그의 힘찬 노젓기를 멈춰 세우지는 못했다. 8년 전 아시아를 제패했던 '조정 에이스' 박현수가 온갖 악조건을 뚫고 기어코 시상대에 오르며 한 편의 인간 승리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현수는 24일 일본 기후현 나가라가와 국제 레가타 코스에서 치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정 경량급 남자 싱글스컬 결승(파이널 A)에서 6분 53초 3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박현수의 레이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5번 레인에서 출발한 그는 1000m 지점까지 3위를 유지하며 호흡을 골랐다. 진가는 중반 이후 발휘됐다.
승부처인 1500m 구간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선두 홍콩에 이어 2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저력을 뽐냈다. 비록 마지막 500m 구간에서 맹렬하게 추격해 온 이란의 아미르호세인 마흐무드푸르 샤흐레스타니에게 불과 0.76초 차이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아시아 정상급 기량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레이스였다. 금메달은 6분 50초 32를 기록한 홍콩의 치우힌춘에게 돌아갔다.
이번 동메달이 유독 묵직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박현수가 감내해야 했던 지독한 인고의 세월 때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던 그는, 직전 항저우 대회에서 해당 종목이 폐지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후 중량급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던 그는 이번 나고야 대회를 앞두고 경량급이 부활하자, 무려 15kg 이상 체중을 쥐어짜는 극한의 감량을 감행하며 8년 만의 왕의 귀환을 준비해 왔다.
게다가 일본 조직위원회의 수준 이하 행정은 선수들의 진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선수들이 수십만 원의 자비를 털어 택시로 이동하는가 하면, 개막을 코앞에 두고 5일짜리 일정을 이틀로 반토막 내는 어처구니없는 만행이 벌어졌다.
심지어 폭우로 경기장 레인마저 훼손돼 정상적인 훈련조차 불가능한 'F급' 환경이었다. 박현수는 이 모든 촌극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물살을 갈라 메달을 쟁취해 냈다.
한편, 이날 결승 무대에 함께 올랐던 한국 조정 대표팀 동료들은 간발의 차이로 메달을 놓쳐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남자 무타페어 문종원-강민성 조와 여자 더블스컬 김승현-박지연 조는 3위와 각각 8초, 3.14초 차이로 분패하며 4위를 기록했다. 경량급 여자 싱글스컬 김지선은 5위, 남자 쿼드러플스컬 대표팀은 6위로 이번 대회 여정을 마무리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