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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서 전화가 왔다, 바로 출석해야 할까 [원희영 변호사의 사건이 된 일상]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원희영 변호사.
원희영 변호사.

업무 중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서 수사관이라며 고소장이 접수됐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한다. 무슨 사건인지 미처 묻기도 전에 수사관은 출석 가능한 날짜부터 확인한다. 당장 가지 않으면 불리할까. 억울한데 빨리 설명하면 끝날까.

첫 전화에서 확인할 것

경찰에서 나오라고 했다고 당장 경찰서로 향할 필요는 없다. 체포영장 집행 등 강제절차와 구별되는 통상적인 출석요구라면 일정을 협의할 수 있다. 날짜를 정하기 전에 어떤 사건으로, 어떤 신분으로 부르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우선 담당자의 소속 경찰서와 부서, 이름, 연락처를 적어두자. 실제 경찰의 연락인지 의심스럽다면 해당 경찰서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된 대표번호로 확인하면 된다. 이어 사건번호와 출석을 요구하는 이유, 자신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묻는다. "잠깐 이야기만 들으면 된다"는 말만 듣고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떤 조사를 받게 될지 알 수 없다.

피의자라면 죄명뿐 아니라 어떤 행위가 문제 됐는지도 물어봐야 한다. '사기 혐의'라는 말만으로는 어느 거래 때문인지 알기 어렵다. 언제, 누구와 있었던 어떤 일인지 알아야 당시 대화나 거래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

첫 통화에서 사건 경위를 전부 설명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거나 자료를 봐야 알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빨리 해명하고 싶은 마음에 기억나지 않는 부분까지 짐작해서 답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수사관이 자신의 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표현을 쓴다면, 그 부분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전화를 끊은 뒤 해야 할 일

고소나 고발로 시작된 사건이라면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확인하자. 정보공개포털에서 '정보공개청구'를 선택하고 청구기관을 사건 담당 경찰서로 지정하면 된다. 청구 내용에는 사건번호와 본인의 이름 등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적고, 고소장이나 고발장 사본을 요청한다.

고소장을 받았다고 상대방의 주장과 증거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소장에는 혐의사실만 간략히 적고 구체적인 경위는 별도의 고소보충의견서에 담는 경우도 있다. 개인정보 등이 가려진 채 공개되기도 하고, 보충의견서나 증거자료까지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고소장을 읽어보면 상대방이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 자신의 기억과 다른 대목을 찾아 조사에 대비할 수 있다.

112 신고 등으로 시작돼 고소장이 없는 사건도 있다. 이때는 담당 수사관에게 사건 내용을 묻고, 경찰서 민원실에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을 수 있는지 문의해 보자. 발급 대상이라면 신분증을 지참해 신청하면 된다. 확인원으로 사건의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관계인의 구체적인 진술이나 증거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석일은 협의하되, 연락은 피하지 말자

경찰이 처음 제시한 날짜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출장이나 진료 일정이 있으면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날짜를 제시하면 된다. 사건 내용을 확인하거나 변호사와 상담할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소장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해뒀다면 자료를 받아본 뒤 조사받을 수 있도록 일정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출석일을 협의하는 것과 연락을 피하는 것은 다르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경우 체포영장에 따라 체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체포 위험이 아니더라도, 출석 문제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이유는 없다. 여러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는 수사관에게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날짜만 거듭 바꿔 달라고 하거나 연락을 피하면 조사를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출석이 어렵다면 이유를 설명하고 언제 나갈 수 있는지 함께 알려주자.

연기를 요청한 뒤에는 변경된 날짜가 확정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날은 어렵다"고 말한 것만으로 일정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화로 정한 날짜와 장소는 메모하고, 서로 다르게 이해했을 여지가 있다면 문자메시지로 다시 확인해 두면 된다.

혼자 대응하기 어렵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자

첫 조사를 혼자 받은 뒤에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호인을 찾는 경우가 있다. 상담하면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읽다 보면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난감할 때도 있다. 기억이 불분명한 내용까지 추측해 답하거나, 사실관계를 충분히 정리하지 않은 채 한 진술이 조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진술을 바로잡으려면 당시 왜 그렇게 답했는지, 지금은 어떤 이유로 설명이 달라졌는지도 밝혀야 한다. 조사 전에 기록을 확인하고 정리했더라면 줄일 수 있었던 혼선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 상황을 마주할 때면, 첫 조사 전에 도움을 받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갑작스러운 출석 연락에 불안하거나 혼자 대응하기 어렵다면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하고 선임 여부를 판단해 보자. 피의자로 조사받는 경우 수사관에게 변호인과 함께 조사받겠다는 뜻을 밝히고, 선임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출석일을 협의할 수 있다.

변호인 선임계가 제출되면 담당 수사관에게 변호인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일정 조율이나 자료 제출 등에 관한 연락을 변호인을 통해 진행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후 변호인과 함께 혐의 내용을 검토하고, 인정하는 사실과 다투는 내용, 제출할 자료를 정리하면 된다.

기억을 정리하고, 증거를 확보하자

사건이 있었던 날 누가 함께 있었는지,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적어보자. 직접 기억하는 내용과 메시지나 거래 내역을 보고 알게 된 내용,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구분해 두는 것이 좋다. 기억만으로 적어둔 날짜나 금액이 실제 기록과 맞는지도 살펴보자.

예를 들어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조사받는다면 "갚으려고 했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당시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돈을 빌리면서 어떤 설명을 했는지, 언제까지 갚기로 했는지, 당시 수입과 재산은 어느 정도였는지, 이후 얼마를 갚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그에 맞는 대화 내용과 송금 내역도 찾아두자. "일부는 갚았다"는 말에 언제 얼마를 보냈는지 확인되는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식이다.

자료를 모을 때는 원래 상태와 앞뒤 맥락을 보존해야 한다. 유리한 메시지 몇 줄만 잘라두기보다 전체 대화를 확보하고 필요한 부분을 표시해 두자.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은 보관기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으므로 서둘러 보존을 요청하거나 수사관에게 확보가 필요하다고 알려야 한다. 조사 날짜를 늦췄다고 자료 확보까지 미뤄서는 안 된다.

억울한 마음에 빨리 설명하고 끝내고 싶을 수 있다. 그래도 어떤 사실이 문제 됐는지, 자신의 기억이 기록과 맞는지 확인할 시간은 필요하다. 수사관과 출석일을 협의하고, 그날까지 설명할 내용과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하자.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첫 조사 전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필자 소개] 원희영 변호사는 파이낸셜뉴스 기자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YK에서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평범한 일상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살피고, 사건의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과 실질적인 대응 방법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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