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문제 해결부터"… 물가·일자리·주거 불안 호소
정치권 향한 추석 민심 싸늘
자영업자 "예전보다 매출 줄어"
지역 청년 "좋은 일자리 없어"
서울 직장인 "내 집 마련 걱정"
추석 명절 기간 정치권을 향한 밥상머리 민심은 싸늘했다. 거시경제 지표들은 나아졌지만 민생 현장의 체감 경기는 어려워진 탓이었다. 여기에 부동산 문제와 새 사법체계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까지 얽히면서 명절임에도 시민들의 얼굴은 다소 어두웠다. 특히 강원도 등 농촌 지역에서는 농지를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2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추석 명절 전국 각지의 시민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정치권에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특히 물가와 일자리 등 생활에 밀접한 영역에 대한 개선은 물론이고, 주거 불안과 새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도 해소해 주기를 바랐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 시급"
부산에서 만난 60대 시민은 물가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예전에는 명절이면 조금 비싸도 가족들 먹이려고 이것저것 샀는데 요즘은 가격부터 보게 된다"며 "정치권에서는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장 보러 나오면 뭐가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물가는 오르는데 손님들은 돈을 안 쓴다. 매출이 코로나 때보다 답답하다는 얘기도 나온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전에서 만난 한 상인도 "배추 세 포기에 2만8000원씩 할 정도로 물가가 턱없이 오른 데다 요새는 명절 음식을 크게 차리지 않는 문화까지 더해져 시장 온기가 싹 가라앉았다"며 "물건을 둘러만 보고 선뜻 지갑을 열지 않으니 '대목 특수'라는 말도 이제 옛말이 됐다"고 토로했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도 걱정이 깊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북 군산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30대 청년은 "여기 있으면 집이나 지역사회 적응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해결되니 남고 싶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수도권에 있다"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청년을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알지만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기는 사업은 듣지 못했다. 취업 준비생에게는 좋은 일자리가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싼값에 주거 불안 해소해야"
수도권 민심은 역시나 부동산을 향해 있었다. 특히 최근 심화되고 있는 전월세난 현상에 향후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섞이면서 불안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은 "전·월세난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단 몇 주 만에 전세값이 마구 오르는 상황을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며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거나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지금의 소득 수준으로 마련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된다"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나라가 다양한 공급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금 당장 나에게 있어 체감이 되지는 않는다"며 "더 싼 전세나 월세 공공주택 공급은 물론이고, 나중에 결국 사람들이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50대 전업주부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자녀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골몰하고 있었다. 매달 월세로만 8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내면서 자녀가 목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서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임대를 비롯해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젊은 사람들이 주거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 강원 횡성 주민 70대 한모씨는 "투기만 골라내겠다고 하는데 시골 농지를 사서 어떻게 수익을 냈다는 건지 구체적인 사례는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며 "경기도처럼 대도시 주변이라면 모를까 인구가 빠르게 줄어 아무도 관심 없는 강원도 시골 땅에 어느 투기꾼이 돈을 넣어 수익을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새 사법체계에 "불안 해소부터"
검찰개혁 일환으로 내달 2일 출범을 앞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특히 최근 경찰 수사의 부실 행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새 사법체계가 가져올 혼란과 걱정이 시민들 사이에서 팽배했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은 "최근 경찰 수사가 부실한 탓에 아까운 목숨을 몇 개나 잃었나. 이런 와중에 경찰한테만 수사를 맡긴다는 것은 단세포적"이라며 "잘 준비된 상태에서 새로운 사법체계가 도입되는지 의문스럽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개혁이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치권 차원의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을 보고 경찰에게 보낸 신뢰를 거두었다"면서 "검찰만큼 경찰도 개혁 수준으로 싹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 기관이 너무 큰 권력을 가지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경찰개혁 과정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김형구 김경민 최수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