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어서 자, 금메달은 내가 반드시 따줄게" 약속 지킨 23세 마무리 박영현의 패기 [나고야 AG]
1-1 동점 7회 1사 1·2루 절체절명 위기… '군필' 조병현의 헌신적인 K-K 릴레이 역투
박영현 "형들 잠이나 자, 내가 무조건 금 딴다" 약속 이행
[파이낸셜뉴스] 타선이 수많은 찬스를 날리며 스스로 살얼음판을 걸었지만, 등 뒤에는 KBO리그 최고의 '특급 불펜 듀오'가 버티고 있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업 뒤에는 긴박했던 승부처를 완벽한 구위와 멘탈로 틀어막은 조병현(SSG)과 박영현(KT)의 투혼이 자리하고 있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날 한국 타선은 장단 12안타와 6볼넷을 얻어내고도 고작 3점을 뽑는 데 그쳤으나, 단단한 불펜진이 단 1점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으며 묵묵히 승리를 지켜냈다.
가장 아찔했던 첫 번째 승부처는 선발 곽빈이 1-1 동점을 허용한 직후인 7회말 1사 1, 2루 위기였다. 자칫 흐름이 완전히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마운드를 이어받은 조병현은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일본의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놀라운 것은 조병현의 멘탈리티다. 그는 이미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쳐 이번 금메달로 인한 병역 혜택 대상자가 아니다.
동기부여가 떨어질 법도 하지만, 그의 구위에는 오직 승리를 향한 간절함만 묻어났다. 조병현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금메달을 딸 수 있어 너무 영광"이라며 "마운드에 오를 때 무조건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병역 혜택이 없어 아쉽지는 않다. 그저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투수였다' 정도로만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
8회말 1사 1, 3루의 두 번째 위기 상황에서 호출된 박영현은 '돌부처' 그 자체였다. 후속 타자를 삼진과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탈출한 박영현은 9회말 2사 1, 2루 마지막 고비에서 상대 타자에게 큼지막한 파울 홈런 타구를 허용했다. 자칫 멘탈이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그는 공 3개로 대타 시바사키 마사토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박영현은 당시 파울 타구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속으로 '쳤네' 딱 그 정도였다"며 "실투였지만 어차피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운드에서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밖에 없었다"고 서늘한 강심장을 뽐냈다.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전날 밤 동료들과 나눈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박영현은 "어젯밤 병역 혜택이 간절한 형들이 긴장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더라. 그래서 '내가 무조건 금메달을 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쳤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되어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