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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은 터졌지만 마냥 취할 수 없는 이유…" 금메달이 韓 야구에 던진 뼈아픈 질문 [나고야 AG]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AG 5연패 위대한 금자탑… 류지현호의 투혼은 박수받아 마땅
환호하지 못하는 싸늘한 팬심… KBO 정예가 보여준 '아쉬운' 경기력
AG 고전이 남긴 숙제... 금메달이 모든 것을 덮으면 안되는 이유

27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3-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3-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샴페인은 터졌다. 선수들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환하게 웃었고, 애국가가 도요하시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이어온 아시안게임 5연패. 한국 야구 역사에 깊이 아로새겨질 위대한 금자탑임이 틀림없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정상에 섰다. 숱한 악재와 부담감을 뚫고 마지막 순간 기어코 승리를 쟁취해 낸 국가대표 선수들의 피와 땀은 마땅히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그라운드 위, 온전히 그 단맛에만 취하기엔 어딘가 가슴 한구석이 헛헛하다. 야구팬들의 시선 역시 마냥 뜨겁지만은 않다. 금메달이라는 눈부신 성과 이면에, 한국 야구가 마주해야 할 차갑고도 아픈 질문들이 고스란히 남겨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우리가 알던 '아시아의 맹주'다운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뼈아팠던 순간은 역시 25일 슈퍼라운드 일본전(0-5 패배)이었다. 수백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KBO리그 최정예 타선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 훈련하는 일본의 실업(사회인) 선수들에게 단 4안타로 묶이며 2루조차 밟지 못했다. 프로 선수가 참가한 이래 일본 사회인 대표팀에 패한 것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무려 20년 만의 일이었다.

고전은 일본전뿐만이 아니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대만의 아마추어 투수 린이웨이에게 5이닝 동안 1안타로 꽁꽁 묶이며 수모를 겪었다. 출국 전 치른 상무와의 평가전(7-6 신승)부터 이어져 온 묘한 불안감은, 본 무대에서 타선의 기나긴 침묵과 답답한 경기력으로 곪아 터졌다.

'공은 둥글고 단기전은 모른다'는 야구계의 오랜 격언으로 넘기기엔, 그 상대가 일본과 대만의 '아마추어'였다는 사실이 뼈를 때린다. 팬들이 이번 금메달에 예전만큼의 폭발적인 환호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겉으로 드러난 '5연패'라는 결과는 화려하지만, 그 속을 채우고 있는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그리고 TV 중계 화면 너머로 모두가 체감해 버렸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불안한 징후는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3월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17년 만에 8강에 진출했다며 안도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식 전적은 '2승 3패'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2009년 WBC 준우승의 찬란했던 '화양연화'는 어느덧 과거의 흑백 사진이 되어가고 있다.

선수들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태극마크의 무거운 압박감 속에서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쥐어 짜냈고, 기어코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한국에 안겼다.

다만, 이 금메달이 한국 야구의 모든 현실을 가리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나고야의 여정은 샴페인을 터뜨리기 위한 축제가 아니라, 한국 야구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오답노트'에 가깝다.

시상대에서 내려온 한국 야구는 이제 진지하게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금메달이 진정한 영광으로 남기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 무엇을 바꿔나가야 하는가. 아시안게임 5연패의 축포가 멎은 도요하시의 밤, 한국 야구를 향한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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