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30개 도시 3만㎞ 답사…현직 영사가 다시 쓴 중국 동북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손창호, 고구려·발해 넘어 경제·산업 현장으로…한반도와 연결할 새 북방 제시

중국의 동북, 우리의 북방
중국의 동북, 우리의 북방

[파이낸셜뉴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로 익숙한 중국 동북 3성을 30여 개 도시의 현재 모습과 경제 현장에서 다시 읽은 책이 나온다. 6년간 중국에서 근무한 외교관이 3만㎞ 넘게 직접 다니며 동북을 한반도와 연결된 과거의 공간에서 미래 협력의 무대로 확장했다.

28일 한국학술정보에 따르면, 손창호 주선양 대한민국 총영사관 영사가 쓴 '중국의 동북, 우리의 북방'이 오는 30일 이담북스에서 출간된다. 347쪽 분량으로 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의 역사와 지리, 경제·산업, 관광·문화와 한중 협력 현장을 담았다.

손 영사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베이징과 선양에서 한국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한중 경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주선양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동북 3성을 아우르는 경제·기업 지원 업무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발로 뛰는 영사상'을 받았다.

선양에서 다롄·단둥·환런·지안·옌지·훈춘·하얼빈을 거쳐 중국 최북단 모허와 최동단 푸위안까지 30여 개 도시를 직접 찾았다. 이동 거리만 3만㎞가 넘는다. 고구려와 발해, 조선의 연행사, 조선인의 이주와 항일운동, 조선족 사회와 한중 교류의 흔적을 도시의 현재 모습과 함께 기록했다.

선양은 한반도와 중국 내륙을 연결하는 핵심 교차로로 다뤘다. 원나라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600년 넘게 한반도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려면 거쳐야 했던 중간 기착지가 선양이었다는 역사적 배경과 현재 동북의 경제 중심지라는 위상을 함께 살폈다.

지안에서는 압록강을 사이에 둔 고구려의 역사를 현장에서 되짚었다. 러시아와 맞닿은 만저우리에서는 철도를 통해 중국 상품이 러시아 각지로 이동하는 국경 교역의 모습을 담았다. 흑허와 만저우리 등 중러 접경 도시가 소비재와 물류를 매개로 러시아 시장과 연결되는 과정도 소개했다.

경제무역박람회와 기업 간 거래 상담회, 벤처창업 로드쇼,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도 주요 내용으로 들어갔다. 드론을 비롯한 저공경제와 빙설경제, 의료·관광·음식·목욕 문화까지 다루며 한국에서 역사적 공간으로 인식돼 온 동북의 현재 산업과 생활상을 함께 책에 넣었다.

드론 산업에서는 선전과 상하이 등 중국 남부 지역의 상용화 움직임과 동북의 여건을 비교했다. 광활한 공간과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동북이 드론 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현장 관찰도 실었다.

중국의 동북, 우리의 북방
중국의 동북, 우리의 북방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도 비중 있게 다뤘다. 경제무역박람회와 기업 간 상담, 창업, 전자상거래에 이어 미용·건강·문화산업까지 동북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로 제시했다. 손 영사는 고구려·발해·간도·항일이라는 익숙한 언어에 머물지 않고 동북진흥과 농업, 첨단산업, 관광과 문화로 동북을 바라볼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국동포단체협의회 김세광 의장은 동북을 한중의 역사와 현재, 미래가 연결된 북방 공간으로 바라본 점을 추천사에서 짚었다. 라종일 경희대 석좌교수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북방과 남북을 연계한 시각을 언급했고,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 박종범 회장은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동북을 바라본 접근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근 중앙대 석좌교수 겸 서울대 명예교수, 이규형 전 주중·주러시아 대사, 홍기원 국회 한중의원연맹 사무총장,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추천사를 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한승훈 상임감사는 동북 3성에서 한국 문화와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넓히고 양국 젊은 세대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지막 장에는 '한반도의 새로운 북방 패러다임'과 '남북과 동북의 함수관계'를 배치했다. 동북을 과거의 만주나 고구려·발해의 역사에 한정하지 않고 경제와 산업, 사람과 문화가 한반도와 만나는 공간으로 다뤘다.

손창호 영사는 "우리가 대륙에 남겨놓은 민족의 발자취를 소중히 여기고 계속 새로운 서사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토대로 우리의 북방을 어떻게 중국의 동북과 연계시킬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방안을 제시해 궁극적으로 남북 문제의 활로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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