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가 첫손님 됐지만…522억 혁신제품, 후속구매 '0'
시범구매 907개 중 232개 추가 공공구매 없어
올해 8월까지 676억 집행, 작년 연간 규모 추월
민간판매·수출 실적은 '깜깜'…후속 관리 사각지대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직접 '첫손님'이 돼 판로를 열어준 혁신제품 4개 중 1개꼴은 이후 추가 공공구매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을 정부가 처음 구매하는 데 투입한 금액만 522억원을 넘었다. 시범구매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이후 민간 판매나 수출로 이어졌는지는 정부가 파악하지 않고 있어 후속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4년 시범구매한 혁신제품 907개 가운데 232개(25.5%)는 올해 8월까지 후속 공공구매가 한 건도 없었다. 이들 232개 제품의 시범구매 계약금액은 총 522억2000만원이다.
혁신제품 제도는 공공부문이 혁신제품의 첫 구매자가 돼 초기시장을 만들고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9년 조달청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여러 부처가 혁신제품을 지정하고 있다. 지정 제품에는 수의계약 허용과 구매면책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시범구매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1528개 제품에 총 3412억6000만원이 투입됐다. 2019년 22억8000만원이었던 시범구매액은 지난해 527억7000만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만 675억9000만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를 28.1% 넘어섰다.
성과가 확인된 제품도 적지 않다. 2019~2024년 시범구매 제품 가운데 654개는 이후 공공기관의 추가 구매로 이어졌다. 후속 공공구매액은 총 1조4455억원으로 같은 기간 시범구매액 2209억원의 6.5배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첫 판로를 열어준 뒤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살아남았는지는 관리 사각지대다. 조달청은 의원실이 시범구매 종료 이후 민간 판매와 수출 실적을 요구하자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정부가 큰 돈을 들여 구매한 뒤 후속 공공구매가 끊긴 232개 제품도 민간·해외시장에 안착했는지, 판로 확보에 실패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태호 의원은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통해 혁신기술 제품을 선도적으로 구매함으로써 초기 판로와 혁신성장의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 혁신제품 제도의 취지"라며 "조달청은 시범구매 확대에 그치지 말고, 실제 민간시장 안착과 수출 등 후속 성과까지 관리하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