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기술수출 행진 이어가는 K바이오…첫 치료분야 선정부터 전략적으로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약효 확인 쉬운 질환서 먼저 성과
다른 질환으로 기술 확장 유리해져
인제니아, 망막질환서 기술 검증
만성신장질환으로 적용범위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수출이 잇따르는 가운데 첫 치료 분야를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약효를 확인하기 쉬운 질환에 먼저 기술을 적용해 성과를 낸 뒤 다른 질환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여러 질환을 겨냥하기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먼저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인제니아테라퓨틱스, 올릭스, 디앤디파마텍 등 기술이전 성과를 낸 국내 바이오텍들은 이 같은 전략으로 핵심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보스톤에서 창업해 지난 8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손상된 미세혈관을 회복시키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첫 치료 대상으로 선택한 분야는 눈의 혈관이 약해지면서 피나 체액이 새어 시력이 떨어지는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과 당뇨황반부종이다. 이들 질환은 비정상적으로 자란 혈관에서 혈액 성분이 새면서 망막이 붓고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혈관을 안정화해 누출을 막는 인제니아의 기술 효과를 확인하기에 적합한 분야다. 특히 눈은 약물 투여 후 혈관과 망막의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치료 효과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표 후보물질 IGT-427은 2022년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됐으며 현재 MSD 주도로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과 당뇨황반부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인제니아는 망막질환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미세혈관 손상이 신장 기능 저하와 관련된 만성신장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만성신장질환 후보물질 IGT-303은 호주·뉴질랜드·한국에서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올릭스는 특정 유전자의 작동을 억제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줄이는 RNA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 기술은 약물을 원하는 장기까지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올릭스도 약물을 직접 전달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피부와 눈 질환에 먼저 기술을 적용했다. 이후 약물을 간까지 전달하는 기술을 확보하면서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기는 지방간염(MASH)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후보물질 OLX702A는 2025년 2월 일라이 릴리와 최대 6억3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올릭스는 이후 지방조직과 근육, 중추신경계 등으로 약물 전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주사로 맞아야 하는 약물을 먹는 약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가 이 기술을 처음 적용한 분야는 비만 치료제였다. 이미 효과가 입증된 비만 치료제가 주사제로 사용되고 있어 먹는 약에 대한 수요가 분명했고, 체중 변화라는 수치로 약효를 확인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 미국 멧세라에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한 뒤 총 6개 품목, 1조원이 넘는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멧세라는 2025년 화이자에 인수됐으며 오랄링크 기반 후보물질의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첫 적응증은 단순히 임상시험을 시작할 질환을 정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실제 환자에게서 작동한다는 점을 처음 증명하는 무대가 됐다"면서 "첫 적응증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다른 질환으로 기술을 확장하기 유리하고, 후속 적응증 개발 과정에서 비용과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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