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상표도, 원천기술도 똑같네"… 국내외 지식재산권 분쟁에 멍드는 'K푸드'

박경호 기자, 김형구 기자
파이낸셜뉴스

최근 5년간 특허심판 청구 309건
모방상품 관련 외국인 청구 96건
상표권 외 원천기술 분쟁도 잦아
"IP업무 통합해 법적 지원 나서야"

미원 맛소금(왼쪽)과 중국에서 유통된 모방 제품 한국식품산업협회 제공
미원 맛소금(왼쪽)과 중국에서 유통된 모방 제품 한국식품산업협회 제공

#. K푸드 기업인 A사는 최근 베트남에 조미료를 수출하려다가 낭패를 봤다. 현지 바이어가 원조 제품과 상표 및 맛이 비슷한 모방품을 만들어 현지에서 유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적반하장 격으로 A사에 현지 상표권 구매와 무효 심판청구 중 양자택일을 종용했다. 국내에서 상표권 등록을 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해외 상표 출원을 해야 국제 상표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해당 업체가 해외 출원 전이라는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외에서 한국 식품 관련 지식재산권 분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사 제품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식품 제조 원천기술을 겨냥한 특허분쟁이 늘고 있어서다.

"상표도, 원천기술도 똑같네"… 국내외 지식재산권 분쟁에 멍드는 'K푸드'

28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지식재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식료품 부문의 특허·실용신안 심판 청구건수는 총 309건이다. 이 중 내국인 청구가 213건, 외국인 청구가 96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65건, 2022년 55건, 2023년 71건, 2024년 66건, 2025년 52건으로 분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허 심판 청구란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나 상표권 등에 대해 유·무효를 정하고 특허의 범위와 침해 여부를 가리는 행정 쟁송 절차다. 상표권뿐 아니라 원천기술 등 지식재산권 전반을 아우른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청구하는 심판은 주로 모방 상품과 관련돼 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본 해외 바이어나 생산자가 자국에 먼저 상표권을 출원하는 식이다. 현행 제도상 국내 상표권 등록을 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해외 상표 출원을 해야 국제 상표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해외 생산자는 이 점을 노려 상표권을 선점한 뒤,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진입을 막거나 로열티를 요구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결국 상표 무효 심판 청구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유형은 원천기술 견제다. K푸드 시장이 커지면서 주력 품목의 시장점유율을 수성하기 위해 견제에 나서는 것이다. 가령 라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건조하는 제면 공법, 아이스크림 배합 기술 등 국내 기업이 취득한 특허에 대해 해외 경쟁업체들이 특허가 필요 없거나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이라 독점 권리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최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면서 포장 및 특수 공법 기술을 둘러싼 심판 청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천기술에 대한 분쟁이 잦아지면서 외국인 청구자의 국적은 일본이 1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럽연합(EU)이 9건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지식재산권 분쟁 양상이 다변화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통합지원 체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제조 원천기술까지 방어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자근 의원은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관련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상표권뿐 아니라 원천기술까지 보호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마다 공정거래법이나 상표권 선점에 대한 법적 정의가 달라 기업들이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며 "산재한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국가별로 법적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박경호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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