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K반도체… "美中日과 협력하면서 실익 따져야" [반도체 호황의 그림자 (중)]
美·中, 무역갈등 관리 채널 확대
韓·日, 반도체산업 경쟁 속 협력
중국산 완성도 높아지면 韓타격
메모리·파운드리 상황별 대응을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갈등을 관리할 대화 채널을 넓히고, 한국과 일본도 반도체 산업 협력 논의를 시작했다. 중국의 기술 추격·미국의 자국 생산 확대·일본의 반도체 산업 재건이란 세 갈래 압박을 받는 한국에는 새로운 계산이 필요해진 상황으로, 각국과의 협력 기회는 살리되 차세대 제품의 설계와 생산에서 한국 기업이 맡는 역할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매한 미중, 협상 여지는 남겼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에 관한 수출규제 완화가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기업의 첨단 칩·장비 접근이 넓어지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미중이 기술 경쟁을 계속하면서도 분야별 거래 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규제 범위가 점차 조정될 경우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 전략도 영향을 받을 여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중국과 대화하는 한편 자국 메모리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론은 오는 2035년까지 미국에 2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D램 생산량의 40%를 미국에서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한국 기업들에 미국 투자를 요구하는 상황과 미국 업체의 생산 기반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세밀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8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40억달러 이상을 투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 기공식을 열기도 했다.
백서인 한양대 글로벌문화통상학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D램을 너무 한국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미국 등 주요 고객의 공급처 다변화와 중국 업체의 제품 완성도 향상이 맞물리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중국 반도체가 한국산을 대체할 수 있느냐와 별개로, 향후 고객이 선택할 만한 품질과 가격을 중국산 반도체가 갖추게 되면 한국 기업들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日과 경쟁 속 협력, 상황별 대응해야
일본과는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진행되는 형국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2일 서울에서 홋카이도 지역 정부기관·경제인과 첫 '한일(홋카이도) 반도체 산업협력 교류회'를 열어 협력 기반을 모색했다. 홋카이도는 일본 라피더스를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일본이 공장 건설을 넘어 반도체의 시험·검증과 여러 칩을 결합하는 기술까지 모으고 있는 것으로, 한국 업체엔 장비·소재·패키징 협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일본의 반도체 산업 재건을 지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에서 강하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아직 도전하는 위치에 놓인 한국 반도체 특성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TSMC가 72.5%, 삼성 파운드리가 5.9%, 중국 SMIC가 5.4%였다. 한국 반도체가 메모리 밖에서는 선두를 추격하는 동시에 후발 업체의 추격도 받는 위치에 놓인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에선 격차를 늘리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수석부사장은 "높은 이익보다 차세대 제품의 고객 공동개발 비중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품을 많이 판매하더라도 차세대 AI 반도체의 설계 초기 단계에 참여하지 못하면 미래의 고객 관계와 기술 주도권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정세로 볼 때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측면에서 한 진영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 빅테크들과 협력을 깊게 하면서 중국 사업의 규제 변화를 살피고, 일본과도 협력을 통해 실익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소현 박지연 임수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