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완성차 영업이익 2년 새 70%↓…"수익성 저하 단기 회복 어렵다"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매출 증가세 둔화 속 영업이익률 7.9%→2.3%
반도체 특수 걷히고 전동화·SW 투자에 中 공급 확대까지 겹쳐
관세·현지화로 생산체계 재편 부담도 커져
"투자가 판매·이익으로 이어지는 사업구조 필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대기 중인 완성차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대기 중인 완성차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 수익성이 뚜렷하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급난 시기에 누렸던 가격·제품 믹스 효과가 사라진 데다 미래기술 투자 부담과 중국발 공급 확대, 통상환경 변화까지 겹쳐서다. 이들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투자를 실제 판매와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업구조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특수 걷혔어도 '정상화'로만 보긴 어렵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29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변화와 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경영연구소(CAM)가 올해 상반기 25개 완성차사를 분석한 결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고, 이자·법인세 차감 전 이익(EBIT)은 16.3% 감소했다. 평균 EBIT 마진은 4.4%에서 3.5%로 내려앉았고, 차량 1대당 EBIT도 1199유로에서 1027유로로 14.3% 줄었다.

부진은 올해 상반기에 그치지 않는다. 컨설팅사 EY가 19개 주요 완성차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0.6% 늘어난 반면 EBIT은 1430억유로에서 590억유로로 59% 급감했다. 보고서가 주요 완성차 20개사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서도 2023년을 정점으로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동안 합산 영업이익은 1960억달러에서 지난해 590억달러로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7.9%에서 2.3%로 떨어졌다.

2021~2023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할인이 줄고 고가·고마진 차종 위주로 생산이 이뤄져 이익 구조가 이례적으로 유리했던 만큼, 이후의 하락을 그 효과가 옅어지는 과정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글로벌 판매와 생산이 늘었는데도 대다수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내려가 정상화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한솔 산업조사실 책임은 "최근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저하는 산업 특성을 감안해도 다소 이례적인 양상"이라며 "특히 스텔란티스와 포드는 전략을 수정하면서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집행한 투자 일부를 지난해 비용으로 털어내 하락 폭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전동화·SW·中 공급·관세…비용 부담 오래 간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보고서는 수익성 악화의 배경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우선 전기차 전환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지역별 수요와 규제가 엇갈리면서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 플랫폼과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맥킨지는 북미의 2030년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 전망이 2024년 1분기 43%에서 같은 해 하반기 37%로 낮아졌다고 짚었다. 수요 변화에 맞춰 차종과 생산라인을 바꾸려면 2억~4억달러의 비용과 9~15개월이 든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으로 경쟁 영역이 넓어지며 개발·운영비도 불어났다. 알릭스파트너스 조사에서 서구 완성차사의 94%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관련 기능의 절반 미만만 수익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데이트와 사이버보안, 클라우드·데이터 운영은 차량 판매 이후에도 계속 필요해 판매량이 줄어도 단기간에 덜어내기 어려운 비용이다.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도 변수다. CAM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완성차사의 유럽 판매는 약 65% 늘었고 시장점유율은 7% 안팎에서 11%로 올라섰다. BYD·지리·상하이차·창안·GWM 등 5개사의 매출은 2019년 1780억달러에서 지난해 3051억달러로 71%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2~4%대에 머물러, 낮은 수익성을 감수하며 공급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유럽 현지 생산 규모도 올해 연 10만대 안팎에서 2030년 80만대 이상으로 커질 전망(T&E)이어서 경쟁 압력은 중장기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환경 변화는 비용뿐 아니라 생산·조달체계의 재편을 요구한다. 미국은 지난해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물리고 있고, EU도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 상계관세를 매기고 있다. 미국이 중국·러시아 연계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의 수입·판매를 2027년형부터 제한하는 등 규제 대상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번지며 글로벌 공용 체계에도 제약이 생겼다.
보고서는 과거처럼 판매량과 가동률만 회복돼서는 코로나19 이후의 높은 수익률을 되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역별 전동화 속도 차이에 대응해 한 공장에서 복수 파워트레인을 만들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계를 갖추고, SDV·AI 분야는 공동 개발과 표준화로 중복 투자를 줄여 자체 역량을 차별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 책임은 "과거 수준의 수익성 회복 자체보다 기존 사업에서 번 돈으로 미래 투자를 이어가며 이를 판매와 이익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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