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꿈의 소재' 넘어 실적 시험대...수주·수율이 옥석 가른다
AI 반도체 대형화에 차세대 기판 수요 확대
삼성전기 2028년 양산 목표…인텔 상용 적용이 분수령
[파이낸셜뉴스]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소재인 유리기판의 사업화가 추진되면서 고객 확보와 양산 수율이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형화로 유리기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려면 신뢰성 검증과 원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리기판 산업의 투자 판단 기준은 기술 개발과 생산시설 확보에서 고객 인증, 수주 등 구체적인 사업 성과로 옮겨가고 있다. 양산 일정이 지연되고 확정 수요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사업성을 입증할 자료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유기기판의 한계를 보완할 소재로 꼽힌다. AI 반도체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탑재가 늘고 여러 칩을 묶는 패키지가 커지면서 기판이 휘거나 소재 간 열팽창 차이로 신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유리는 평탄도가 높고 열팽창 특성이 실리콘과 가까워 대면적 패키징에 유리하다. 다만 충격에 깨지기 쉽고 가공 과정에서 미세 균열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정적인 양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박희철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목표 시점만 제시하는 로드맵은 불충분하다"며 "인증 단계와 수율 추세 데이터 공유가 주요 과제다"라고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와 SK앱솔릭스, LG이노텍 등이 유리기판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고 고객사 샘플 평가를 진행 중이다. 본격 양산 목표는 2028년이다.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TGV와 금속 충진, 표면가공 등 핵심 공정 기술을 확보하며 기존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서 유리기판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SK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에 생산시설을 확보했으며 고객 인증과 수요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LG이노텍은 시생산 라인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면서 시장 수요에 맞춰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텔의 상용 적용 여부가 주목된다. 인텔은 유리 코어 내부에 칩 간 연결을 위한 실리콘 브리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패키징 구조를 단순화하고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인텔이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리기판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상용 일정과 고객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협력 확대가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SMC의 패널 기반 패키징 기술인 'CoPoS' 도입은 유리기판 양산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생산 방식을 원형 웨이퍼에서 사각 패널로 바꾸는 것과 기판의 핵심 소재를 유리로 전환하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TSMC의 유리 코어 기판 상업화 시점은 CoPoS 안착 이후인 2030년 이후로 전망됐다. 초기 수요처로는 네트워크 반도체와 광학 부품을 반도체와 함께 패키징하는 CPO 분야가 꼽혔다. 유리를 활용하면 전기 신호와 광 신호의 경로를 함께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면적화가 필요한 선단 AI 가속기와 주문형 반도체(ASIC)도 잠재 수요처로 거론됐다.
박 연구원은 "양산 전제조건과 패리티 달성 여부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 공개가 사업성에 대한 시장 신뢰도를 좌우할 전망"이라며 "기존 기술과 동등한 원가 수준을 확보할 수 있는지, 고객 인증과 수주가 실제로 이뤄지는지가 관련 기업의 가치 재평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최두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