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피싱 피해금 어디 갔나 했더니...경찰, 거래소에 묶인 263억 돌려줘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거래소 계정 1050개·은행 계좌 16만여개 추적
피해자 1137명 환급…동결금 임의 처분 130명 수사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은행 계좌로 이체된 경우와 가상자산 거래소로 넘어간 경우의 환급 절차 비교. 기존에는 은행과 거래소 간 피해자 정보 공유가 어려워 거래소에 동결된 피해금을 신속히 환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서울경찰청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은행 계좌로 이체된 경우와 가상자산 거래소로 넘어간 경우의 환급 절차 비교. 기존에는 은행과 거래소 간 피해자 정보 공유가 어려워 거래소에 동결된 피해금을 신속히 환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서울경찰청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파이낸셜뉴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넘어간 뒤 계정이 동결돼 돈을 돌려받지 못했던 피해자 1137명이 경찰의 추적 끝에 263억여원을 환급받았다. 거래소에 돈이 묶여 있었지만 피해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어 환급이 어려웠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수사대는 국내 5개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해 피해자 1137명에게 보이스피싱 피해금 263억7600만원을 환급했다고 밝혔다. 환급 대상은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거래소 계정에 동결된 피해금이다.

지난 2023년 경찰은 거래소들과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 방안을 논의하던 중 피해금 약 122억원이 계정에 묶인 채 환급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은행과 거래소 사이의 정보 공유였다. 은행 계좌로 피해금이 이체되면 금융회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지급정지와 환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거래소는 피해금이 들어온 계정을 동결하고도 은행으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제공받을 법적 근거가 없어 환급 대상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피해자도 자신의 돈이 거래소로 넘어간 사실을 몰라 환급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세종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56)는 지난해 3월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을 먼저 갚아야 한다는 보이스피싱범의 말에 속아 9500만원을 송금했다. 뒤늦게 사기임을 알고 신고했지만 범죄에 이용된 계좌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씨는 피해금을 찾지 못한 채 집까지 급매로 처분하며 생활하다 이번 환급 절차를 통해 약 2200만원을 돌려받았다.

경찰은 2023년 4월부터 거래소 전자지갑 1050개와 관련 은행 계좌 약 16만3000개의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를 특정하고 거래소와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피해자들에게 환급 절차를 안내했다. 약 3년에 걸친 추적 끝에 거래소에 묶여 있던 피해금 대부분을 돌려줄 수 있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동결됐던 피해금을 임의로 처분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거래소 계정은 동결 기간이 지나 출금 제한이 풀렸는데, 계정 명의자들이 이 과정에서 피해금 약 30억4000만원을 인출하거나 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관련 계정 명의자 130명을 수사하고 있으며, 피해금 환수와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도 추진할 방침이다.

다음달 1일부터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돼 가상자산사업자도 금융회사 범위에 포함된다. 이에 경찰은 앞으로 은행과 거래소 간 피해자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면 거래소로 넘어간 보이스피싱 피해금도 보다 신속하게 환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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