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는 먼저 탈출?…의무공개매수 '50%+1주'의 함정 [fn마켓워치]
운용사 18곳, 본회의 처리 보류 촉구
"50%+1주보다 누가 먼저 팔 지가 문제
"같은 가격 넘어 같은 비율 보장해야"
[파이낸셜뉴스] 약 30년 만에 부활을 앞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막판 진통에 들어갔다. 논쟁의 무게중심도 50%+1주라는 매수 규모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매각 기회의 형평성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라이프·VIP·신영·얼라인파트너스·차파트너스·타임폴리오·Oasis Management 등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이 날 공동성명을 내고 오는 10월 1일 예정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 운용사들의 합산 수탁고는 약 87조원이다.
이들 운용사들이 문제 삼은 것은 '50%+1주' 자체보다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다.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취득한 뒤 이를 포함해 발행주식의 50%+1주에 필요한 물량만 공개매수하도록 했다. 초과 응모 시 안분비례가 적용되지만 이미 지분을 넘긴 지배주주는 대상에서 빠진다.
일례로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했다면 인수자는 이를 먼저 산 뒤 일반주주가 가진 나머지 60% 가운데 10%+1주만 추가로 사면 된다. 일반주주가 모두 응모해도 보유 주식의 약 6분의 1만 팔 수 있다. 인수 물량의 약 80%가 지배주주 몫이 되는 셈이다.
운용업계가 '같은 가격'보다 '같은 비율'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들은 지배주주도 일반주주와 함께 공개매수에 참여시키고 목표 물량을 초과하면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안분비례를 적용하는 '비례적 공개매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앞선 사례라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보유지분의 절반가량을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인수자가 확보하는 총지분은 50%+1주로 같아 인수자금도 늘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자체에는 찬성한다. 다만 지배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전량을 먼저 처분한 뒤 일반주주에게 남은 물량만 공개매수한다면 '가격의 평등'은 만들어도 '매각 기회의 평등'은 확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법이 오히려 기존 시장 관행보다 주주 보호 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등 일부 경영권 거래에서는 법적 의무가 없었는데도 일반주주에게 공개매수를 통한 엑시트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 선행매수와 50%+1주가 법적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 향후 인수자가 이 최소선에 맞춰 거래를 설계할 가능성이 있다. 주주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시장의 자발적인 주주 보호 관행보다 낮은 '법정 하한선'을 만드는 역설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50%나 100%비율로 접근하면 결국 인수자금 부담 논쟁이 된다"며 "50%+1주를 유지하더라도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안분비례를 적용하면 총 인수금액을 늘리지 않고 주주 간 차별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참여 운용사들은 "같은 가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같은 비율로 팔 기회까지 보장해야 한다"며 본회의 처리 보류와 제도 재검토를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