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 두고 못 간다" 후방 남은 국군 지휘관…73년 만에 부산서 재회한 호주 영웅 부부
국가보훈부, 10월의 6·25 전쟁영웅에 최영수 육군 대령·찰스 그린 호주 중령 전공 복기
온정리지구서 사투 최 중령 대령 특진, 정주 작전 중 파편 부상 그린 중령 을지훈장
압록강변서 포위되자 장병 탈출 돕다 산화…평생 남편 그리다 부산유엔묘역에 미망인 합장
[파이낸셜뉴스]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조국과 부하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던졌던 국내외 영웅들의 삶의 궤적이 복기됐다. 압록강변에서 부하들의 탈출을 돕다 산화한 국군 가장과 이역만리 타국에 남편을 묻고 70여 년을 그리워하다 마침내 합장된 호주군 지휘관 부부의 사연을 간직한 두 영웅이 10월의 영웅으로 적시됐다.
국가보훈부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헌신한 최영수 육군 대령과 찰스 그린 호주 육군 중령을 '2026년 10월 이달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두 지휘관은 전쟁의 결정적 국면마다 최전방에서 부대를 지휘하며 전황을 주도한 공통점을 갖는다.
최 대령은 1946년 장교로 임관해 전쟁 발발 당시 제6사단 제7연대 부연대장(당시 중령)으로 전선에 투입됐다. 최 대령은 지난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남침이 시작되자, 81㎜ 박격포와 57㎜ 대전차포 등 제한된 연대 화력을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전술을 전개해 춘천을 사흘간 사수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북진을 거듭하던 당시 30대 중반의 가장이었던 최 중령은 본인이 먼저 살 수 있는 퇴로를 마다했다. 그는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던 부하 장병들을 한 명이라도 더 안전하게 후방으로 탈출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최후방에 남았다. 뒤처진 부대를 수습하고 장병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며 사투를 벌이던 최 중령은 그해 10월 30일 온정리지구 전투에서 적의 집중 포화 속에 장렬히 산화했다. 정부는 부하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의 군인 정신을 기려 대령 특진과 함께 충무무공훈장을 추서했다.
함께 선정된 찰스 그린 호주 육군 중령의 삶은 국경을 넘어선 위대한 사랑과 순애보를 보여준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고향 호주에 사랑하는 아내 올윈 그린 여사와 이제 갓 돌이 지난 어린 딸을 남겨둔 채 왕립 호주연대 제3대대장을 맡아 부산에 상륙했다. 짧은 기간 대대를 최정예 부대로 탈바꿈시킨 그는 개성과 사리원을 거쳐 평양 입성의 선봉에 섰고, 정주 전투까지 연전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승전의 대가는 가혹했다. 1950년 10월 30일, 정주 인근 달천강 변에서 작전을 지휘하던 그린 중령은 적의 포탄 파편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사흘 뒤 30세의 젊은 나이로 눈을 감았다. 남편의 비보를 들은 아내 올윈 여사는 평생 재혼하지 않은 채 남편이 목숨 바쳐 지킨 대한민국과 남편의 삶을 기록하는 철학 연구자로 남은 생을 보냈다. 70여 년이 흐른 지난 2023년 9월, 아내 올윈 여사가 영면에 들면서 "남편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 묘역의 남편 찰스 그린 중령의 묘역에 합장됐다.
새로운 달을 맞이하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했던 뛰어난 지휘관이자 누군가의 남편, 그리고 아버지였던 이들의 삶의 궤적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잠시라도 돌아보라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