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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옥과 자결로 맞선 '한글 수호' 스마트폰 시대 '디지털 강국' 토대 됐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가보훈부, 10월의 독립운동가에 조선어학회 이병기·신명균 선생 선정
문법 표준화로 독립국가 토대 다진 투사들, 굴욕 앞 자결로 문화 정체성 지켜
문법 표준화 성과, 중·일 자판 대비 입력 속도 3배 빠른 과학적 유산 재조명

2026년 10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좌측부터) 이병기·신명균 선생. 국가보훈부 제공
2026년 10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좌측부터) 이병기·신명균 선생. 국가보훈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일제의 민족성 말살 정책 속에서도 우리말의 문법 규범을 집대성하고 사전을 편찬하며 문화의 정체성을 지켜낸 주역들이 10월의 영웅들로 적시됐다. 붓 한 자루로 민족의 정기를 사수했던 선각자들의 헌신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오늘날 대한민국이 전 세계 정보화(IT) 시대를 주도하는 스마트폰 자판의 독보적인 과학적 바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일제의 한글 탄압 속에서도 문법을 다듬고 보급에 힘쓰며 우리말을 지켜낸 가람 이병기 선생과 민재 신명균 선생을 '2026년 10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당시 전개된 한글 운동은 일제가 조선어 규범까지 장악하려는 상황에 맞서 민족의 고유 공용어와 어문 체계를 수호한 전형적인 문화적 독립운동의 성격을 띤다.

이병기 선생은 조선어학회 창립을 주도하며 한글 보급과 맞춤법 제정, 사전 편찬의 기틀을 굳건히 다진 인물이다. 특히 문학인 78인의 서명을 직접 이끌어내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확산시키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였다. 조선어 문법을 대중에게 직접 전파하던 선생은 결국 일제가 조작한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동지들과 함께 투옥되어 모진 고초를 겪었다. 아울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정밀한 시조로 남기며 1920년대 시조 부흥운동을 이끈 문학가로서도 뚜렷한 궤적을 남겼다.

함께 선정된 신명균 선생의 삶은 일제의 압박에 타협하지 않은 한 인간의 처절한 결단을 보여준다. 신 선생은 조선어학회에서 한글 맞춤법 제정 사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실무를 총괄했다. 출판과 교육을 통해 민중 교육에 평생을 바쳤던 선생은 1940년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이 극에 달해 신사참배와 창씨개명 강요가 본격화되자, 이에 동조하는 대신 자결을 선택함으로써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굴욕에 죽음으로 저항했다.

해방 후 조선어학회가 목숨을 걸고 마련한 맞춤법과 사전 원고는 대한민국 국어 생활과 공교육의 확고한 기준이 되었으며, 독립국가 건설의 견고한 토대가 되었다.

이들 선생이 사수한 한글의 24개 자·모음 구조는 오늘날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대한민국이 세계적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지표 데이터가 되고 있다. 언어학 및 IT 업계의 정량적 분석에 따르면, 자음과 모음의 결합이 직관적인 한글은 한자 입력 후 개별 변환 과정이 필수적인 중국어나 영문 알파벳으로 음가를 입력한 뒤 가나문자로 치환해야 하는 일본어의 키보드 입력 방식에 비해 스마트폰 및 컴퓨터 자판 입력 속도가 최소 3배에서 최대 7배 이상 빠르다. 100자 기준 모바일 타자 속도에서 중국어·일본어가 변환 지연으로 인해 1분 안팎 소요되는 반면 한글은 15~20초 내에 완벽한 문장 조합이 가능하다. 과거 일제의 탄압에 맞서 이뤄낸 어문 규범의 표준화가 결과적으로 현재 디지털 경제 전장에서 대한민국 전 부처와 민간의 행정 및 정보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적 무기가 된 셈이다. 정부는 두 선생의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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