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檢 수사 마지막날' 16.3조 석화 담합 무더기 기소…답합 사건 협업 과제로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7개사 8개 품목서 5년간 가격·입찰 담합 혐의
법인 6곳·개인 37명 기소…"중수청-공소청 협력체계 핵심"

나희석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석유화학제품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나희석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석유화학제품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검찰이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5년여간 16조원대 규모의 가격·입찰 담합을 벌였다고 보고 관련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그간 수사한 담합 사건 중 최대 규모다.

강제수사 착수 두 달 만에 사건을 마무리한 검찰은 다음 날 공소청 체제로 전환되는 만큼 향후 담합 사건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1일 LG화학, PKC, OCI, 애경케미칼, 롯데정밀화학, 유니드 등 6개 법인과 전·현직 대표이사 등 개인 37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인을 포함한 전체 피고인은 43명이다. LG화학 현 중국BS그룹장 A씨와 PKC 영업본부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된 업체는 한화솔루션을 포함해 모두 7곳이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 적용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PVC와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핵심 석유화학제품 8개 품목의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하고, 일부 대형 수요처 입찰에서는 낙찰업체와 투찰가격까지 짬짜미했다고 보고 있다.

품목별 팀장급 모임을 통해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정한 뒤 거래처에 이를 관철하고,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격인상 공문을 보내는 순서까지 정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대형 거래처의 구매입찰에서도 기존 시장점유율과 합의된 가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낙찰업체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정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총 약 16조3961억원이다. 앞서 검찰이 수사한 전분당 담합 약 10조1520억원, 밀가루 담합 약 5조9913억원, 설탕 담합 약 3조2715억원 등을 웃도는 규모다.

담합 대상 품목은 각종 파이프 원료인 PVC부터 반도체·수처리에 쓰이는 가성소다, 자동차 내장재 등에 활용되는 가소제 등 산업 전반의 기초 원재료다. 검찰은 원재료 가격 상승이 관련 기업의 제조원가를 끌어올리고 최종 제품 가격을 통해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가격 급등에 대응해 정부가 일부 석유화학사에 원재료 구입 지원비 명목으로 약 1465억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업체가 가격 담합을 이어갔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지난 8월 5일 7개 업체와 관련자들을 압수수색한 뒤 57일 만에 사건을 처분했다. 최근 공정거래조사부가 수사한 밀가루·전분당·설탕 담합 사건도 강제수사 착수 이후 47~71일 안에 처분됐다.

다만 2일부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수사를, 공소청이 기소·공소유지를 담당하게 되면서 이 같은 신속한 수사가 이어질지는 과제로 꼽힌다.

검찰 관계자는 "1년여간 담합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기간이 두 달 정도로 짧아졌다"며 "중수청·공소청 체제에서도 이런 속도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수청에는 120명 안팎 규모의 반독점수사국이 꾸려질 예정이다. 기존 공정거래조사부보다 인력 규모는 크게 늘지만 수사와 기소 기능이 분리되는 만큼, 검찰은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최종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공소청 간 협력체계가 중요하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소가 융합된 공정거래조사부와 같은 방식의 업무 수행은 어렵다"면서도 "공소청 검사와 중수청 반독점수사국 간 협력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리니언시 사건 역시 주요 과제로 꼽았다. 검찰 관계자는 형벌감면이 기소와 구형에 연결되는 만큼 공소청 검사가 관여하면서도, 수사가 필요한 사안은 신속히 중수청으로 넘겨 양 기관이 협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소청 출범 이후 최장 90일간 계속수사가 가능한 기존 사건은 장기간 수사가 필요한 대형 사건보다는 쟁점 판단만 남은 비교적 단순한 담합 사건을 중심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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