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대신한 초소형 펌프…세브란스, 임펠라 투입에 고위험 시술 성공
[파이낸셜뉴스] 심장 대신 혈액을 뿜어내는 초소형 펌프 '임펠라(Impella)'가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을 받은 고령 환자의 관상동맥 시술을 가능하게 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안철민·이상협 교수팀은 지난달 14일 TAVI를 받은 중증 심부전 환자 김 모 씨(86)에게 임펠라를 삽입한 상태에서 고위험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시행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TAVI 환자에게 임펠라를 이용해 고위험 관상동맥 시술을 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김 씨는 2010년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받은 데 이어 올해 7월 TAVI를 받았다. CABG는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 대신 다른 혈관을 이어 우회로를 만드는 수술이고, TAVI는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넣어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치료하는 시술이다.
이미 두 차례 심장 치료를 받은 고령 환자인 데다 심장 기능까지 떨어져 있어, 일반적인 PCI를 시행하면 시술 도중 심장성 쇼크로 사망할 위험이 컸다. 혈관 석회화도 심해 시술 중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의료진은 시술 중 심장성 쇼크를 막고 혈액순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임펠라를 먼저 넣었다. 임펠라는 허벅지 동맥을 통해 심장 안으로 삽입하는 가느다란 펌프 장치로, 좌심실의 혈액을 끌어올려 대동맥으로 직접 보내 심장의 펌프 기능을 대신한다. 덕분에 쇼크 상태에서도 관상동맥과 뇌, 신장 등 주요 장기로 가는 혈류를 유지할 수 있다. 기존 에크모(ECMO)보다 삽입 부담이 적어 심장성 쇼크 환자나 시술 위험이 큰 관상동맥질환자에게 쓸 수 있는 최신 기구다.
임펠라의 도움으로 시술을 마친 김 씨는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본 뒤 다음 날 일반 병동으로 옮겼고, 회복 과정을 거쳐 지난달 18일 퇴원했다.
이번 사례는 국내 임펠라 사용 사례 중 TAVI 환자에게 고위험 PCI를 시행한 유일한 사례다. 심장 수술과 대동맥판막 시술을 모두 받은 고령·고위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안철민 교수는 "이번 환자는 심장 기능과 관상동맥 상태를 고려할 때 시술 중 혈압과 전신 혈액순환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매우 컸다"며 "임펠라로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혈액순환을 유지한 덕분에 심하게 석회화된 병변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협 교수는 "임펠라는 심장성 쇼크 상태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에게 적극적인 관상동맥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며 "환자 상태를 면밀히 평가해 적절한 대상자를 고르고 안전한 치료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