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사비 완납, 2년 뒤 '검증'?...제도 또 구멍
검증 의무 발생 사업지
조치 없이 입주 완료
사전 관리 제도 전무
"융통성 있게 조정해야"
[파이낸셜뉴스] 한국부동산원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시스템에 또다시 사각지대가 발견됐다. 공사비 검증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 정비사업지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2년 동안 사업을 진행하고 조합원 입주까지 마쳤지만, 그동안 이를 확인한 기관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정비사업지가 속한 자치구의 권고로 검증이 이뤄지게 됐다. 사후 관리뿐 아니라 검증 미신청 사업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증 없이 2년…입주까지 마쳐
4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관악구 봉천4-1-2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24년 공사비 검증을 거치지 않고 공사비를 증액했다. 이후 변경계약과 공사비 지급, 조합원 분담금 징수까지 마치고 최근에야 공사비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 공사비는 2288억원에서 2808억원으로 520억원(22.7%) 늘어 증액률 기준으로는 검증 요건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현행법상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는 경우 △시공사 선정 시점에 따라 공사비가 10% 또는 5% 이상 오를 경우 △검증 완료 후 공사비가 3% 이상 증액되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만 해당해도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검증 절차 없이 입주까지 진행되는 동안 이를 바로잡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 사업지는 관할 자치구인 관악구가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를 내주기 전 공사비 검증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인가 단계의 이 확인 절차가 사실상 유일한 점검 장치였던 셈이다.
문제는 현재 검증 대상 사업장이 직접 검증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이를 파악·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공사비 검증 없이 사업이 상당 기간 진행된 사례가 확인된 만큼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은 "사후 관리가 담긴 법안이 현재 발의된 상태"라고 했다. 다만 법안은 아직 소관 위원회 심사 단계로, 실제 통과까지는 남은 절차가 많다.
■뒤늦은 검증…"무슨 의미 있나"
더 큰 문제는 해당 구역처럼 뒤늦게 검증을 진행하는 경우 결과가 실제 공사비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과도한 공사비 인상을 예방하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다.
조합 관계자는 "이제 와서 검증을 받는다고 해도 이미 공사비가 완납된 상태인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올해 6월 있었던 조합 총회에서는 검증 결과와 상관없이 최종 합의된 금액으로 공사비를 확정하자는 안건이 의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 검증, 계약·지급으로 이어져야 할 절차가 증액, 계약·지급, 분담금 징수, 사후 검증으로 뒤바뀐 셈이다.
전문가들은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공사비 검증시스템은 공사비가 한창 오르던 2021년 도입된 제도"라며 "지금은 (공사비가) 그때만큼 크게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융통성 있는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검증 의무라고 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조정을 다해서 잘 살고 있는데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