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 내세운 중수청, '대행 체제'로 출범…"더 정확한 수사 약속"
'수장 공백' 속 전종민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첫발
수사·기소 분리 재확인…"지난날 과오 되풀이 않겠다"
정원 66%·KICS 일부 가동…조직 안정화는 과제로
[파이낸셜뉴스]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2일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를 뒤로하고 공식 출범했다. 초대 청장이 공석인 가운데 전종민 차장이 청장을 맡는 직무대행 체제로 첫발을 뗀 중수청은 '절제된 수사'를 최우선 원칙으로 내걸었다.
중대범죄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과도한 수사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정확한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청장 공백과 인력 부족,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의 제한적 가동 등 미완의 조직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것은 당면 과제로 남았다.
전종민 중수청 차장은 이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본청에서 열린 개청식 인사말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전 차장은 "한 사람이 선수와 심판을 겸할 수 없듯, 한 기관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쥐면 스스로에게 엄격하기 어렵다"며 "수사가 기소를 정당화하고 기소가 다시 수사를 정당화하는 순환 속에서는 누구도 스스로를 멈춰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수사와 기소를 나눈다"면서도 "권력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뉜 권력이 저마다 스스로를 절제할 때 그 나눔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중수청의 첫 수사 원칙으로는 '절제'를 제시했다. 전 차장은 "혐의를 좁히지 못한 압수수색은 사무실 전체를 들어내고, 실체를 밝히지 못한 수사는 한 사람의 몇 년을 삼킨다"며 "확신이 없을수록 수사는 더 넓게 번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제는 수사를 덜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수사 역량을 키우려는 것도 더 많이 베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적게 베고도 병의 뿌리를 도려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과거 수사 과정에서 제기돼 온 과잉수사·인권침해 문제를 의식한 메시지도 내놨다. 전 차장은 "수사의 칼 아래에도 한 사람의 이름과 일상이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며 "지난날의 과오를 거울삼아 같은 잘못을 이름만 바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범죄 앞에서는 단호하되 국민의 자유와 권리 앞에서는 한없이 신중한 수사기관이 되겠다"고 했다.
개청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도 중수청에 엄정한 범죄 대응과 함께 인권·적법절차를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수청은 민주주의와 공정한 자유시장질서를 위협하는 중대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임무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공소청 등 다른 형사사법기관과의 공조도 강조했다. 윤 장관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국민을 위한 책임까지 나누어서는 안 된다"며 "사건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빈틈없는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기대에 부응하는 길은 원칙을 지키는 데 있다"며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일은 수사를 제약하는 요소가 아니라 수사관들의 땀과 노력이 정당한 결실로 이어지는 토대"라고 말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중수청 구성원들의 수사 전문성을 강조하며 "범죄자는 잘 잡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보상해주는 기관으로 성장하도록 국회도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다만 중수청이 완전한 진용을 갖추기까지는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중수청은 총정원 2874명 가운데 1900명가량, 약 66%의 인력으로 출범했다. 초대 청장도 아직 임명되지 않아 당분간 전 차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전 차장 스스로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했다. 그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충분한 준비 없이 출범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려를 흘려듣지 않고 하나하나 답해 나가며 회의적인 시선을 신뢰로 바꾸어 놓겠다"고 했다. 이어 "하루빨리 조직을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도 축사에서 "초대 중수청장의 부재와 인력 부족 등을 조속히 보완하고 해결해 최대한 빨리 정착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 차장을 비롯해 6개 지방중수청장과 본청·서울청 주요 간부, 수사관들이 참석했다. 오전 9시30분께부터 르네스퀘어에는 짐과 쇼핑백을 든 직원들이 속속 들어섰고, 행사장 뒤편과 계단에는 자리를 잡지 못한 수사관들이 서서 개청식을 지켜봤다. '중대범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는 믿음직한 중대범죄수사청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행사장 뒤편에 걸렸다.
새 조직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실무 준비에 대한 우려도 교차했다. 일부 직원들은 아직 KICS가 완전하게 구축되지 않은 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실제 중수청은 출범과 함께 KICS의 사건 접수·등록·배당 등 일부 기능부터 우선 가동한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