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다" 결승전 2세트가 21-9? 동네 배드민턴장 만든 안세영, 39개 金 중 '최고 명작' [나고야 AG]
나고야 AG 韓 39개 금메달 중 단연 '최고의 압도'… 사상 첫 女단식 2연패 위업
32강부터 20분·35분·35분·40분 '초고속 퇴근'… 세계적 강자들 추풍낙엽
日 언론 "스태미나 괴물" 전율… 9연패 야마구치 "도전할 수 있어 오히려 영광"
[파이낸셜뉴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수확한 39개의 금메달 중 가장 압도적이고 잔인했던 승부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이 경기가 될 것이다. 코트 반대편에 선 경쟁자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의 완벽한 기량 차이였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일본의 심장부에서 완벽한 '독무대'를 펼치며 아시안게임 사상 첫 여자 단식 2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세트 스코어 2-0(21-17, 21-9)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2022 항저우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사상 최초로 여자 단식 정상을 2회 연속 지켜낸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우승은 일찌감치 예견됐으나, 과정은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폭력적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32강전 20분, 16강전 35분, 세계 5위 라차녹 인타논과의 8강전 35분, 그리고 '천적' 천위페이와의 준결승전조차 단 40분 만에 셧아웃으로 정리했다. 과거 안세영과 '4강 구도'를 형성했던 라이벌들은 극복할 수 없는 기량 차이를 절감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결승전도 다르지 않았다.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야마구치가 1게임 초반 강하게 몰아붙였지만, 안세영은 6-8에서 내리 5점을 쓸어 담으며 가볍게 기선을 제압했다. 체력이 방전된 야마구치를 맞이한 2게임에서는 단 9점만을 내준 채 21-9라는 굴욕적인 스코어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결승전이라는 무대가 무색한, 안세영의 일방적인 가비지 타임이었다.
안세영의 자비 없는 경기력에 자국 에이스의 완패를 지켜본 일본 현지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본 매체와 팬들은 일제히 "스태미나 괴물이다", "저 침착함이 유지되는 한 아무도 안세영을 이길 수 없다"며 전율했다.
그러나 안세영의 거대한 벽 앞에 선 경쟁자의 품격은 빛났다. 과거 74주간 세계 1위를 호령했던 야마구치는 이날 패배로 안세영전 9연패의 수모를 겪었음에도 핑계를 대지 않았다. 야마구치는 경기 후 "안세영은 워낙 강한 선수라 처음부터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며 "상대가 너무 강하다고 피하고 싶기보다는, 오히려 꺾기 위해 도전할 선수가 있다는 것이 지금의 내게는 정말 멋지고 좋은 일"이라며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동시대 세계 최상위권 선수들마저 철저히 '도전자'로 전락시켜버린 안세영의 압도적 1강 체제. 경쟁의 긴장감마저 완벽하게 지워버린 24세 여제의 시선은 이제 다가올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2연패를 향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