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3500억弗 투자, 첫해에 10년치 결정할 필요 없어"
전문가들이 꼽은 '성패의 조건'
알래스카 사업,충분한 검토 필요
상업성·전략 가치 꼼꼼히 따져야
대형 인프라 사업, 변동성 관리
원전사업은 국내기업 참여 필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업별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국내 기업의 실익 확보를 성패를 가를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원금 회수 가능성을 철저히 따지고 국내 기업의 건설·기자재 공급 등 산업적 효과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투자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를 압박하면서 사업성에 따른 선별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
4일 파이낸셜뉴스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향후 10년간 이어질 대미투자의 성패는 개별 사업의 사업성과 장기 리스크를 얼마나 철저히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당장 미국의 압박이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이 알래스카 LNG 투자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더 많이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하겠다고 전하라"고 부연했다. 무엇을 두 배로 하겠다는 것인 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알래스카 LNG에 대해 투자 여부나 규모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 합리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구기보 교수는 "올해가 첫해인데 첫해에 10년치를 몽땅 결정할 필요는 없다"며 "알래스카 사업은 충분한 검토 없이 확정해서는 안 되고, 계속협의 대상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무역협회 조성대 통상연구실장은 "상업적 합리성을 100을 넣어서 100이 나오느냐, 150이 나오느냐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자원안보 등 전략적 가치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 프로젝트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아직 전력구매계약(PPA)이 체결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인 전력수요를 감안하면 과도한 위험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진단이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는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전력구매계약까지 모두 체결해 놓고 시작하기는 어렵다"며 "텍사스의 전력수요를 감안하면 전력판매 자체를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간 진행되는 대형 인프라 사업의 변동성 관리는 과제다. 특히 원전은 건설기간이 10년 안팎에 달해 공사비 상승이나 공기 지연, 정책 변화 등이 장기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태황 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며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대 12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원전 사업에서는 투자금 회수와 함께 국내 원전산업이 얼마나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확보하느냐도 관건이다. 현재 원전 8기 가운데 2기는 한국형 APR1400, 6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AP1000에도 국내 기업의 참여를 우선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지만 구체적인 발주 물량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이에 구기보 교수는 "미국 원전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를 한국이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대 실장도 "우리가 돈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건설이나 기자재 납품 등의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실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