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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을 곳 많으면 약하게 붙어도 뭉친다"…세포 속 분자의 비밀[헬스LAB]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티커 수와 결합 세기에 따른 응축체 형성과 소재층 사이의 응집력 변화 모습. UNIST 제공
스티커 수와 결합 세기에 따른 응축체 형성과 소재층 사이의 응집력 변화 모습.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세포질을 떠다니는 단백질과 리보핵산(RNA) 등이 모여 생기는 '생체분자 응축체'의 형성 원리를 이해할 단서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동욱 교수팀은 홍익대학교 최수형 교수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허수미 교수팀과 함께 단백질을 모방한 합성 소재에서 분자에 달린 결합 부위인 '스티커'가 많을수록 더 약한 결합만으로도 응축체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생체분자 응축체는 세포 안을 떠다니던 단백질과 RNA 등이 한곳에 모여 생긴 작은 액체 방울이다. 별도의 막 없이도 반응에 필요한 물질을 모아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반응을 조절하게 된다. 바이러스 DNA와 이를 감지하는 단백질이 모여 만드는 응축체가 대표적이다. 이 안에 효소와 반응 재료가 모이면 면역 신호물질을 만드는 반응이 활발해진다.

연구팀은 복잡한 생체분자가 뭉치는 과정을 단순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실험 모형을 만들었다. 긴 사슬 모양의 합성 분자에 서로 달라붙는 '스티커'와 그 사이를 채우는 '스페이서'를 함께 배치한 구조다.

스티커는 단백질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기닌의 화학 구조 중 '구아니디늄' 부분을 본뜬 것으로, 스티커의 평평한 부분들이 서로 포개지듯 가까워지면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스페이서는 다른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일부 구조를 본뜬 것이다.

이 스티커끼리 붙으면 사슬이 오므라들고, 서로 다른 사슬의 스티커끼리 붙으면 여러 사슬이 연결돼 뭉친다. 연구팀은 사슬 길이는 같게 두고 스티커 수와 물속 소금 농도를 바꿔, 사슬의 모양과 분자들이 뭉치는 조건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스티커가 많을수록 더 낮은 소금 농도에서도 분자들이 모여 액체 방울을 만들었다. 액체 속에서 성분이 다른 액체 방울이 생기는 '액체-액체 상분리'가 더 쉽게 일어난 것이다. 개별 분자 사슬이 펼쳐진 상태에서 오므라드는 변화도 더 낮은 소금 농도에서 나타났다. 붙을 자리가 많으면 각각의 결합이 상대적으로 약해도 사슬이 수축하고 여러 사슬이 모일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소재를 입힌 두 표면을 물속에서 맞붙였을 때는 반직관적인 결과가 나왔다. 스티커가 많은 소재에서는 스티커끼리 붙는 힘이 강해질수록 두 소재층이 오히려 덜 달라붙은 것이다.
연구팀은 각 층 안에 밀집한 분자 사슬들이 먼저 서로 결합하면서, 맞은편 층과 연결될 스티커가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분자 시뮬레이션에서도 결합이 강해질수록 바깥으로 노출되는 스티커가 감소해 이 해석을 뒷받침했다.

공동연구진은 "단백질의 결합 특성을 닮으면서도 결합 부위의 수와 붙는 힘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분자의 모양 변화부터 응축체 형성과 소재층 사이의 결합까지 살펴볼 수 있는 모형을 만들었다"며 "생체분자 응축 현상을 이해하는 기초 연구뿐 아니라 자극 감응성 연성 소재, 습윤 접착제, 수중 코팅 개발 분야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8월 18일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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