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연비도 부담… '얼어붙은' 픽업트럭 시장
8월 국내 신규등록 대수 반토막
연초 신차 착시 걷히자 헛바퀴만
전기 픽업은 지역 보조금도 깎여
올해 초 신차 효과로 반짝 살아났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에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미루면서, 신규 수요보다 대체 수요 비중이 큰 픽업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고 픽업마저 시세가 떨어지고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는 등 수요 전반이 위축되는 모양새다.
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픽업트럭 신규등록 대수는 1215대로 전년 동월(2389대) 대비 49.1% 감소했다. 올해 정점이었던 3월(3354대)과 비교하면 63.8% 줄었다. 올해 1월 KGM 신형 무쏘 출시 효과로 2~3월 등록이 급증한 덕에 1~8월 누적 등록(1만6344대)은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에 그쳤지만, 5월부터는 4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줄었다.
업계에서는 캠핑 등 레저 수요를 중심으로 한 신차 효과가 끝난 영향으로 본다. 실제 캠핑 등 아웃도어 수요에 힘입어 한때 4만대를 넘었던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서서히 줄어 지난해 2만3000여대(수입 브랜드 제외)까지 감소했다.
차종별로는 기아 타스만이 8월 370대로 전년 동월 대비 52.4% 줄었고, KGM 무쏘는 477대로 이전 모델이던 지난해 8월(496대)보다 3.8% 감소했다. 전기 픽업인 무쏘 EV의 부진이 특히 두드러진다. KGM에 따르면 올해 1~7월 월 500~800대 수준이던 무쏘 EV 내수 판매는 지역별 전기차 보조금 소진 영향으로 8월 130대, 9월 107대로 급감했다.
연비 등 유지비 부담도 구매 결정의 변수로 꼽힌다. 가솔린 단일 모델인 타스만의 복합연비는 2WD 기준 8.6km/ℓ로, 무쏘 디젤(10.1km/ℓ)보다 낮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픽업 시장은 '멋있어서 사는 차'와 '돈 벌려고 사는 차'가 상당히 다른 시장"이라며 "레저 고객에게는 성능이 장점이지만, 매일 장거리를 운행하는 사업자에게는 연료비가 곧 원가"라고 말했다.
픽업트럭은 자영업자 등 생업용 구매가 많아 경기에 특히 민감하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픽업 수요는 식고 있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올해(1~9월) 렉스턴 스포츠 계열 중고차 평균 시세는 지난해보다 9.0~12.7%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포터·봉고 등 내연기관 1t 트럭 시세 하락 폭(4.3~8.2%)보다 크다. 매물이 팔리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도 길어졌다.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은 39일에서 57일로, 더 뉴 렉스턴 스포츠는 34일에서 43일로 늘었다.
지난달 판매량은 소폭 늘었지만 회복세로 보기는 이르다. 지난달 국산 픽업 3개 모델의 내수 판매는 1228대로 8월(1074대)보다 늘었으나, 6개월 전인 3월(3038대)과 비교하면 여전히 60% 가까이 적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경기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신차 구입을 늦춘다"며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큰 지출이어서 대부분 할부로 사는 만큼 구매 계획부터 미루게 된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