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내몰린 中企… 5곳 중 1곳 "승계 못해 판다"
후계자 부재·대표 고령화 등 원인
매각 1238곳 중 18%가 승계 문제
제조업 더 심각… 他업종 대비 2배
M&A 매물 2034년 31만개 전망
중소기업 5곳 중 1곳이 후계자 부재와 대표 고령화 등 승계 문제로 회사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전통적인 가업승계 대신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인수합병(M&A)이 늘어나며 중소기업 승계의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산업화를 이끌어 온 창업주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승계 목적의 M&A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중소기업 M&A 전문 자문사 브릿지코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3월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기업을 매각한 중소기업 1238곳 가운데 후계자 부재와 대표 고령화·은퇴, 상속세 등 승계 관련 문제로 매각한 비율이 18%에 달했다. 기업을 제3자에게 넘긴 5곳 중 1곳은 대표가 더 이상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녀 승계마저 쉽지 않아 매각을 택한 셈이다.
특히 산업 기반의 근간인 제조업은 승계를 이유로 넘긴 비중이 다른 업종보다 더욱 높았다. 올해 기준으로 제조기업의 승계 관련 매각 비율은 26%로 그 밖의 업종(14%) 대비 2배 수준이었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서 중소기업의 승계가 M&A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소기업 CEO 3명 중 1명은 60세 이상(33%)이다. 40세 미만 CEO는 겨우 5%에 그친다. 고령화 속도가 지금 추세를 이어간다면 오는 2030년에는 전체 중소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CEO가 60세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후계자가 없어 향후 기업 매각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업력 10년 이상의 중소기업 대표·임원 600명 중 28%는 '자녀 승계 계획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해 명확한 승계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을 경우 매각을 검토하는 비중은 21%로 나타났다.
승계난을 겪으며 M&A 시장에 나오는 중소기업 매물도 증가할 전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승계 문제로 매각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3%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추정대로라면 오는 2034년에는 31만개로 늘어난다. 전체 중소기업(약 830만개)의 4%가량이 승계 이슈로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지금도 CEO들은 기업을 넘기기 위해 시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브릿지코드에 따르면 올해 월평균 매각 문의는 141건으로, 2024년 67건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났다. 한 달에만 100곳이 넘는 중소기업이 매각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셈이다.
박상민 브릿지코드 대표는 "후계자 부재와 대표의 고령·은퇴·건강 이슈로 기업 매각을 고민하는 중소기업 CEO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산업화 세대의 은퇴가 실제 M&A 수요로 전환되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mail protected] 이주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