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여수 멸치 재벌 막내아들"...골프장 돌며 100억 가로챈 '가짜 부자'의 정체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골프장에서 친분을 쌓은 뒤 멸치 사업 투자를 권유해 100억원대 피해를 낳았다는 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피해자들이 남성의 행방을 찾고 있다. 사진=유튜브 '사건반장' ,뉴시스
골프장에서 친분을 쌓은 뒤 멸치 사업 투자를 권유해 100억원대 피해를 낳았다는 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피해자들이 남성의 행방을 찾고 있다. 사진=유튜브 '사건반장'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골프장에서 수억 원대 자산가이자 이른바 '멸치 재벌집 막내아들' 행세를 하며 친분을 쌓은 뒤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채 달아난 남성이 경찰에 고소됐다. 피해자 측이 추산하는 총피해 규모는 100억 원을 웃돌며, 피해자들은 남성의 행방을 뒤쫓고 있다.

최근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남성 A 씨는 자신을 "전남 여수에서 대규모 멸치 선단과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집안의 막내아들"이라고 소개하며 강원도 일대 골프장에서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A 씨는 고가의 명품 시계와 금팔찌를 착용하고 현금다발 영상을 보여주며 재력을 과시했다. 주변인들에게 대통령 기념시계와 명품 가방, 고급 전복 등을 수시로 선물하며 환심을 샀고, 강원 지역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상금을 기부해 지역 신문에 소개되는 등 '호탕하고 믿음직한 사업가'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는 약 2년 동안 지역 유지 및 원로들과 매일같이 골프를 치며 탄탄한 인맥을 쌓았고, 이들의 소개를 통해 주변인들에게 "멸치잡이 배 2척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멸치 유통 사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치했다. 초기에는 약속한 수익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해 신뢰를 쌓은 뒤 투자금을 점차 불려 나가는 이른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수익금 지급이 전면 중단됐다. 피해자 1인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한 피해자는 "약 2억 8000만 원을 날렸다"고 호소했고, 주택 담보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다가 빚더미에 앉아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를 직감한 피해자들은 밤샘 잠복 끝에 A 씨를 직접 찾아내 추궁했다. 신분증 확인 결과 A 씨는 여수 출신의 '박 모 씨'가 아니라 충남 천안 출신의 '양 모 씨'로, 이름과 나이, 출신지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체가 탄로 나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A 씨는 기지를 발휘하듯 스스로 112에 전화를 걸어 "기소중지자인데 자수하겠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임의동행된 A 씨는 이후 풀려나자마자 짐을 챙겨 곧바로 잠적했다. 석방된 구체적인 경위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A 씨는 골프 레슨을 빌미로 기혼 여성들에게 접근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금전을 요구한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피해 여성 중 다수는 사생활 노출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한 여성은 "금전적 피해보다 휴대전화에 사적인 영상이 남아 유포될까 봐 두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은 A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잇달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피해 지역이 강원과 전남 여수 등 여러 지역에 걸쳐 있어 수사는 관할 경찰서로 병합되어 진행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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