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전분당 담합' 4社 각자도생...'혐의 부인' 대상vs'선처 호소' CJ·사조
[파이낸셜뉴스] 10조원대 전분·당류(전분당) 가격 담합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되며 기소된 대형 식품소재 기업들의 대응도 나뉘고 있다. 검찰이 담합의 주범으로 지목한 '상위 3사' 가운데 삼양사는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를 적용받아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담합 주요 근거가 된 삼양의 진술에 대해 대상측은 증언의 신빙성과 검찰의 소명 부족을 내세우며 반박에 나섰다. 증거 대부분을 인정한 사조CPK도 일부 혐의의 시기를 두고 공방을 예고했고, CJ는 경쟁제한 침해 수위가 낮다며 선처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호선 판사는 6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3개 법인과 각사 전·현직 임직원, 명형섭 한국전분당협회장 등 25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대상측 변호인단은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공소사실을 집중적으로 논박했다. 변호인은 "수사에서 기소까지 증거관계는 그대로인데 논리는 정반대로 뒤집혔다"며 "검찰은 당초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는 대표급 모임에서 합의가 이뤄진 뒤 실무자에게 지시가 내려갔다는 '하향식 구조'를 주장했으나, 1·2차 영장이 모두 기각되자 실무진이 먼저 담합하고 상급자에 보고했다는 '상향식 구조'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핵심 근거로 제시한 '대표급 모임' 역시 대상과의 관계성이 적다고 강조했다. 검찰측이 제시한 대표급 모임의 횟수가 영장청구가 거듭될때마다 변했고, 시기와 장소도 결국 특정하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변호인 측은 "(대표의) 알리바이가 명백히 드러나자 검찰은 공소장에서 일시와 장소 특정을 포기한 채 포괄적으로 기재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짚었다.
식품·소재 부문이 나눠진 대상의 기업 구조 역시 대표급의 담합이 어려운 이유로 제시했다. 전분당 가격 결정이 영업본부장 전결로 이뤄지는 만큼 대표가 실시간으로 현장에서의 가격을 정하는데 개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표급 모임의 정확한 횟수나 특정 모임 참석 여부 자체가 범죄의 구성요건은 아니다"며 "대표들이 담합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담합을 묵인·공감했는지가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모임 시기가 오래돼 특정에 다소 미흡한 부분은 있으나 타사 대표들의 진술이 일관되므로 법정 증인신문을 통해 신빙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담합사실을 인정한 CJ제일제당 측은 가담 정도의 경미성을 적극 피력했다. 변호인은 "CJ제일제당은 2011년 시장 진입 이후 점유율 13% 수준의 4위 사업자로 설비가동률이 상시 90~95%에 달해 독자적인 공급 확대나 가격 결정 여력이 없었다"며 "상위 3사(대상·삼양사·사조CPK)가 주도해 형성한 시장가격을 사후에 수용한 것에 불과하며 경쟁제한 영향 역시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의 담합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장 가격은 상위 3사의 결정과 비슷하게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8일 기일을 열고 검찰이 신청한 삼양사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증거에 모두 동의하고 혐의를 인정한 사조CPK와 CJ제일제당 소속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변론을 분리했다.
한편 검찰은 대상·삼양사·사조CPK·CJ제일제당 4개 사가 2017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전분당 제품의 가격과 거래조건을 공동 합의했다고 보고, 지난 4월 약 10조1520억원대 담합 혐의로 3개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등을 기소했다. 국내 식료품 담합 중 역대 최대 규모로 담합 전과 대비해 전분 가격은 최고 73.4% 당류 가격은 최고 63.8%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