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미국 무역법 301조' 탄생 초읽기... EU·중국 무역갈등 확산일로 [이석우의 글로벌24]
마크롱·메르츠 "EU, 무역 위협에 더 강하고, 빠르게 반격해야"
EU 단일시장 접근 제한하는 새 조치 도입 시도
[파이낸셜뉴스]유럽연합(EU)과 중국 사이에 무역 불균형을 둘러싼 전운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EU 시장에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인 '유럽판 미국 무역법 301조'의 탄생이 구체화되면서, 중국의 반발 등 양측의 갈등이 더 증폭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EU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기존의 무역 방어 수단을 뛰어넘는 새로운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제의했다.
폴리티코 유럽판 등 외신들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을 위협하는 무역 분쟁에 대해 좀 더 강하고, 신속하게 반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제의했다. 이들은 특정 국가들이 무역을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정치적·경제적 수단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과 시장 질서의 회복을 의도적으로 저해하고, 유럽 단일 시장에 왜곡을 초래할 경우 이 국가의 EU 단일시장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정상은 서한에서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상은 중국이다. 이같은 제안은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10억 유로(약 1조5000억원) 꼴로 천문학적인 대중국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EU는 지난해 중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전년에 비해 15% 증가한 3600억 유로(약 54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이들은 우선 기업들이 특정 국가의 공급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오는 8~9일 EU 당국자들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무역 갈등을 둘러싼 고위급 통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 제안을 오는 15~16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제의는 EU 27개 회원국 정부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EU가 중국을 상대로 미국 무역법 301조와 유사한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과 알려지자 마자, 중국 상무부는 단호한 대응 방침에 사전 경고를 하며 강경 입장을 보였다. EU 움직임을 전해 들은 중국 당국은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 같은 소식들이 언론들을 통해 흘러나오자 홈페이지에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상무부 대변인은 "EU가 중국 기업·제품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를 고집해 시행할 경우 중국은 단호히 대응해 중국 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전형적인 보호주의·일방주의적 조치"라며 "양자 무역과 세계 공급망 안정을 어지럽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제나 스스로를 다자주의의 수호자라 표방했던 EU가 앞장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어길 경우 이는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무역 체계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와 함께 "EU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이는 상호 신뢰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협상의 전체적인 진전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양자 경제·무역 협력의 큰 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U가 대화를 통해 이견을 통제하는 올바른 궤도를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 EU의 후속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EU 측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차별 조치에 대한 조사, 산업·공급망 안보 조사, 외국 보조금의 영향에 대한 조사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이미 중국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지난달 28일 독일 카테리나 라이헤 경제에너지장관과 화상통화를 갖고 중국과 독일·EU 간 경제·무역 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발빠른 견제 조치에 들어갔다.
[email protected]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