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식탁 오른 김치·라면… K푸드 ‘할랄 시장’ 공략 속도
전용 생산라인 등 까다로운 절차
안전·위생적인 생산 보증 지표로
K푸드 1~8월 중동 수출액 28%↑
식품업계, 말레이 등에 생산 공장
현지 맞춤형 R&D로 인증 벽 뚫어
K푸드가 20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할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 지역 수출액이 30% 가까이 급증하며 주요 권역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8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를 대상으로 한 K푸드 수출액은 3억4586만달러로 전년 동기(2억6983만달러) 대비 7603만달러(28.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지역별 수출 증가율은 중남미 24.4%, 유럽연합(EU) 18.9%, 미국 9.8%, 중국 6.7%, 아세안 1.6% 등으로 중동 지역 수출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연도별로도 뚜렷한 상승세다. GCC 국가 대상 K푸드 수출액은 지난 2021년 2억4850만달러, 2022년 2억8610만달러, 2023년 3억590만달러, 2024년 3억3584만달러, 2025년 4억1163만달러를 기록하며 꾸준히 파이를 키우고 있다.
GCC 국가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인구가 대다수인 지역으로, 식물성 원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식이 할랄 인증을 받아야만 수출이 가능하다.
과거 할랄 인증은 단순히 알코올과 돼지고기 등 특정 원재료 사용을 금지하는 종교적 규정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제품의 원료부터 제조·보관·유통 전 과정에 걸쳐 안전하고 위생적인 생산을 보증하는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제조 과정에서 비(非)할랄 제품과의 혼입 여부까지 엄격하게 관리해 전용 생산 라인을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 탓에 인증 취득에만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 같은 깐깐한 기준 덕에 할랄 식품 수요는 중동을 넘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는 오는 18일부터 모든 수입 식품에 '할랄 및 비할랄 표시 의무화' 제도를 시행해 관리를 한층 강화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역시 시장 진출을 위해 할랄 인증이 필수적인 국가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할랄 시장 규모는 2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식품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할랄 제품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말레이시아에 할랄 인증 제빵 공장을 준공하고, 이를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 공급을 위한 전진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전 매장에 대한 공식 할랄 인증도 획득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7년 국내 라면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기관인 무이(MUI)로부터 인증을 받았으며, 농심 역시 신라면·너구리 등 40여 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마쳤다. 농심은 현재 부산 공장 내 일부를 할랄 전용 생산 라인으로 운영 중이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를 중심으로 할랄 식품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장류나 김치와 같은 발효 식품은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코올이 생성돼 할랄 인증을 받기 까다롭다. 하지만 대상은 현지 맞춤형 연구개발(R&D)을 통해 주요 김치와 장류 품목의 할랄 인증을 획득하며 무슬림 시장의 진입 장벽을 성공적으로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할랄은 단순히 무슬림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종교적 수단을 넘어, 제조 및 위생 관리가 철저히 이뤄졌음을 보증하는 지표로 여겨진다"며 "한식이 전통적인 할랄 식품과는 거리가 있지만,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인증 문턱을 넘는 제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