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尹 항소심 무죄...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 해당 안돼"
오세훈·김건희 남은 재판에 영향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대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1심 징역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비슷한 쟁점을 두고 재판이 진행중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건희 여사의 판결에도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7일 윤 전 대통령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명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지난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대선 후보 경선 및 본선 과정에서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총 58회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특검에 기소됐다. 공표용 36회·비공표용 22회로 약 2억70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전달된 비공표 여론조사 14회에 대해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인정해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반면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무상 여론조사가 정치자금법상 규제 대상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상 기부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재산상 이득이 존재해야 성립한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제공받은 것은 여론 동향 등 정치적 조언이나 유력 정치인 소개 등 조력으로, 이는 정치적 이익으로 볼지언정 금전 환산이 가능한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려워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암묵·묵시적 동의를 전제한 고의성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이에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무상 제공하기로 협의·의뢰했다는 의사합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조사는 미래한국연구소의 판단으로 실시됐고 해당 결과를 다수의 정치인에게도 전달했던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불법 기부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관련 사건의 상고심과 유사 쟁점을 다투는 다른 정치인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같은 여론조사를 무상 수수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김 여사 사건의 경우,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최종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오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2심 선고도 앞두고 있다. 오 시장 사건은 제3자 대납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동일 재판부가 명씨의 맞춤형 여론조사 제공 행위를 재산상 이익이 아닌 사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정치적 조언'으로 판단했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오 시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고의성과 여론조사의 대가성 판단에도 유리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