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다가 받은 노벨상' 소아이 "인생에서 가장 가슴 뛰는 날"
소아이 "인생에서 가장 가슴 뛰는 날"
분자의 작은 차이 증폭하는 '소아이 반응' 발견
생명체가 한쪽 분자만 쓰는 이유에 단서 제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 명예교수(76)는 7일 수상 통보를 받은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1995년 발견한 화학반응을 30년 넘게 연구한 그는 "인생에서 가장 가슴 뛰는 날 중 하나"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소아이 교수는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기자회견에 전화로 참여해 "존경하는 앙리 카강 교수와 함께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1995년 자기촉매 반응을 발견한 뒤 오늘까지 연구를 이어왔다"며 "수상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가 파고든 문제는 생명체가 분자의 두 거울상 가운데 왜 한쪽 형태를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두 수상자가 '동형 카이랄성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나타나는가'라는 100년 넘는 화학적 수수께끼에 해답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분자는 오른손과 왼손처럼 서로 거울에 비친 관계이면서 완전히 포개지지 않는 두 형태로 존재한다. 이 성질을 '카이랄성'이라고 한다. 같은 원소로 이뤄져 있어도 입체구조에 따라 생물학적 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
생명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두 거울상 중 사실상 왼손형인 L형이다. 반면 어느 한쪽을 유리하게 만드는 조건이 없는 일반적인 합성에서는 두 형태가 같은 비율로 만들어진다. 생명체에서 어떻게 한쪽으로 치우친 '동형 카이랄성'이 나타났는지는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핵심 질문이다.
카강 교수는 1986년 비대칭 촉매 합성에서 '비선형 효과'를 발견했다. 촉매에 존재하는 작은 비율 차이가 생성물에서는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소아이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1995년 생성물 자체가 촉매 역할을 해 자신과 같은 형태의 분자를 더 만들어내는 '비대칭 자기촉매 반응'을 보고했다. 처음에는 두 형태의 양에 극히 미세한 차이만 있어도 반응이 이어지면서 우세한 형태가 더욱 늘어나 그 차이가 크게 증폭됐다. 그의 이름을 딴 '소아이 반응'이다.
이 연구는 작은 분자 수준의 불균형이 어떻게 큰 편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실험으로 보여줬다. 생명체가 한쪽 형태의 분자를 사용하게 된 과정을 설명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비대칭 합성은 제약산업에서도 중요하다. 의약품 분자의 한쪽 형태는 원하는 약효를 내지만 다른 형태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발견은 원하는 형태를 선택적으로 만드는 반응을 설계하는 데도 기여했다.
다만 소아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생명 탄생의 모든 과정을 설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생명의 기원 자체와 깊이 연결된 매우 근본적인 문제"라면서도 "물론 이것이 최종적인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950년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난 소아이 교수는 도쿄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1991년 도쿄이과대 교수가 됐으며 2017년부터 명예교수로 연구를 이어왔다.
소아이 교수는 수상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사이타마현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앞으로 더욱 연구에 정진하고 싶다"며 "다음 세대가 이 분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