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손예진 '국민 첫사랑'의 변신..."중년남자 야망캐로 설정했죠"
넷플릭스 드라마 '스캔들' 정지우 감독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드라마 '스캔들'은 반전 이미지 캐스팅으로 기대와 우려를 낳았고, 흥행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충분히 혹할 만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국민 첫사랑' 손예진, 퇴폐미를 지닌 '여전사' 이미지의 나나, 그리고 멜로 눈빛을 창작한 지창욱까지, 이들의 변신 자체는 흥미로웠다. 이들은 각각 정숙한 귀부인 겸 유혹 설계자, 사랑에 빠진 과부 그리고 여심을 흔드는 바람둥이로 각각 분했다.
손예진이 연기한 조씨 부인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보다 한층 구체적인 서사를 부여받으며 익숙한 '악녀'의 틀에서 벗어난다. 정 감독은 손예진에게 이 인물을 '중년 남자'라고 생각하고 접근해 달라고 제안했다. 남자를 유혹하고 장악하는 여성에 머무르지 말고, 뛰어난 재능과 커다란 욕망, 그만큼의 오만을 지닌 한 인간으로 바라봐 달라는 주문이었다.
조씨 부인은 시대가 허락한 좁은 틀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밀어붙인다. 조원과 사랑의 도피를 선택하는 대신 자신을 원하는 그의 욕망을 볼모로 그를 '가스라이팅'하면서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를 하고, 다른 여성의 몸을 빌려 조원의 아이를 얻고 자식으로 키우겠다는 긴 계획까지 세운다.
지창욱이 연기한 조원은 노련한 바람둥이이자 지독한 로맨티스트다. 내면에 여러 감정이 공존한다. 특히 나나가 연기한 희연을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조씨 부인에게 품은 마음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단정하지 않는다. 조씨 부인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 감독은 지창욱의 섬세함에 주목했다. 그는 "마초가 아니라서 굉장히 좋아한다"며 "멋진 사나이지만 그 안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감정 연기를 무수히 해온 배우다. 원작 소설의 발몽이 심리적으로 날이 선 인물이라면, 지창욱의 조원에게는 속을 알 수 없는 감정과 함께 뜻밖의 유머가 있다"고 비교했다.
시대의 변화는 주변 인물에게도 스며든다. 양반 중심의 신분제는 여전히 굳건하지만, 경제력을 쌓은 중인과 상인이 성장하면서 기존 질서에 균열이 생기던 때다. 신분질서의 동요는 소옥 모녀의 설정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조씨 부인의 남편이 소실로 들인 소옥의 모친, 분희는 장사를 통해 부를 일군 신흥 자본가다. 딸을 발판 삼아 양반들의 공간인 북촌에 진입하려는 욕망을 품고 있다. 기존 권력을 지키려는 조씨 부인과 돈으로 신분의 벽을 넘으려는 분희의 충돌에는 양반의 지위와 상인의 경제력이 교차하던 1790년대 조선의 풍경이 담겼다.
드라마는 또 정경부인부터 희연의 여종인 은실까지 모든 여성 캐릭터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대의 압력에 맞서도록 설계했다.
정 감독은 "조씨 부인은 가진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계속 잃어가는 인물"이라며 "반면 그 아래 청춘들은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다. 원하는 것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애정을 품으면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반가 여성보다 훨씬 생명력 넘치게 그려졌다는 지적에는 "옛사람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을 어리석게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라며 "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죽어야 명예'라고 강요하는 시대의 압력 때문에 삶이 뒤집히거나 끊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