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조사에 CPTPP까지..경고등 켜진 농심에 수습 나선 당정청
농지 전수조사에 농민들 땅값 하락·재산권 침해 우려
CPTPP 시장 개방 우려에 與 농해수위원들도 선제적 안전장치 요구
당정청, 농어촌 소득 지원 확대·현장 방문 등 농심 달래기
[파이낸셜뉴스] 농지 전수조사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 농협 개혁 등 농업 현안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 농심에 경고등이 켜졌다. 농지 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에 대한 불안에 농산물 시장 개방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반면 농업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8일 벼 베기 현장을 찾는 등 농심 달래기에 나섰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농업 현안을 둘러싼 농민들의 불만이 누적되면서 농촌 지역구 의원들의 민심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 농민들 사이에서는 농지 전수조사로 노후자산인 농지의 가치가 떨어지고 거래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농민들 사이에서 "농지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조사로 땅까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하다"고 전했다. 투기와 무관하게 상속받은 농지를 보유하거나 관행적으로 임대해 온 농민들까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CPTPP 가입 논의까지 겹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CPTPP는 높은 수준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추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가입 협상 과정에서 추가 관세 인하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잠정 영향분석에 따르면 가입 시 제조업 생산은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증가하는 반면 농림수산업 생산은 약 8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따라 여당 내 농촌 지역구 의원들마저 선제적인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CPTPP 회원국의 품목 수 기준 평균 시장 개방률이 농업 95.9%, 수산업 99.4%에 달한다며 농어민 소득 보장을 위한 법적·재정적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농협 개혁을 비롯해 정부 농업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누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권장에 따라 전략 작물 재배로 전환하고 농기계까지 마련했지만 이후 수매 물량이 축소되는 등 농민들이 정책 변화에 따른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첨단 산업 중심의 투자 정책도 상대적 소외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농심 악화 우려가 커지자 당정청도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CPTPP 가입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유휴농지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해 농가 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대상도 올해 17개 군에서 내년 35개 군으로 확대하고,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1조원 이상으로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경기 안성의 벼베기 현장을 찾아 농민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농지조사 과정에서 방법이나 목표가 명료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지 당정 차원에서 점검하고 있다"며 조만간 중간 점검 결과를 정리하고 조사 방식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투기와 무관한 상속농지나 불가피한 휴경지에 대해서도 농촌 현실을 감안하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송지원 기자




